마이너스 금리에 연기금 등 헤지펀드 수요 급증 예감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엄격한 규제 환경과 위험 회피 성향 탓에 전 세계 헤지펀드 업계에서 일본이 황무지로 변모했지만, 최근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영국 시장조사업체 프레킨을 인용,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만5438개의 헤지펀드 중 단 94개만이 일본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액도 3조2000억달러로 불어난 가운데 규모 면에서 일본 채권 및 주식 시장이 각각 세계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다.
<출처=블룸버그> |
로저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로저스는 반기업적인 규제 환경과 리스크 테이킹에 보수적인 문화가 도쿄로 향하려던 헤지펀드들의 발걸음을 싱가포르나 홍콩으로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본의 법인세율도 33%로 싱가포르나 홍콩의 17%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탓에 지난 4년 동안 이들 두 지역에서 헤지펀드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동안 일본의 헤지펀드 수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KPMG에 따르면 개인 소득세도 일본의 경우 51%로 홍콩의 15%, 싱가포르의 20%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로저스 대표는 일본 내 헤지펀드 수와 관련해 프레킨보다 더 암울한 집계치를 제시했다. 그는 일본 내 헤지펀드 수가 40개 정도로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의 절반 정도라고 밝혔다.
그는 규제환경이나 투자성향 외에 일본의 헤지펀드 라이선스 획득 비용이 최대 10배정도 높은 점,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노동법 때문에 직원 임금을 낮추기 어려운 점 등이 헤지펀드의 일본행을 어렵게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로저스 대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헤지펀드 업계에는 수년래 가장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채 장기물의 경우 수익률이 제로 밑으로 내려가면서 연기금과 같이 장기투자에 집중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점차 위험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에는 유초은행(Japan Post Bank)은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중에서 수 조엔을 앞으로 5~10년에 걸쳐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공적연금(GPIF)도 보유 자산의 최대 5%를 대안자산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일본국채(JGB) 10년물 수익률은 마이너스대로 내려간 상태다. <출처=블룸버그> |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