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사진=KBS·SBS·tvN> |
[뉴스핌=이지은 기자] 주말만 되면 대중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개그 프로그램이 언제부터인지 외면을 받고 있다. 자극적인 개그 콘셉트와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많아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불어 시청자들까지 멀어지게 하고 있다.
최근 KBS 2TV ‘개그 콘서트’, SBS ‘웃찾사’, tvN ‘코미디 빅리그’가 예전과 다른 개그 콘텐츠로 대중을 맞이했다. 개그와 전혀 상관없는 모델이 출연해 비주얼적인 면을 내세웠다. 또 뚱뚱한 여성을 향한 날선 개그와 한 부모 가정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청률은 나날이 하락하고 있다.
과거 개그 프로그램이 주말 시청률을 꽉 잡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저조한 결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또 3사 중에서 유일하게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MBC ‘개그야’가 폐지됐다. ‘개콘’과 ‘웃찾사’가 힘을 잃어가자 케이블 채널에서 ‘코빅’을 만들었지만 힘을 보태기는커녕, 논란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개그 프로그램은 지금과 다르게 개그맨들의 주특기인 ‘말장난’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사로잡았다. 또 사회 풍자 개그로 응어리진 대중의 마음을 풀어주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지금처럼 누구를 비하하지도, 비주얼적인 면을 내세우지 않았다. 현재 개그의 본질은 철저하게 변질된 것이다.
신랄한 풍자와 신구 개그맨들의 조합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개그콘서트'의 코너 '봉숭아학당'과 '사마귀 유치원' (위부터)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
‘개콘’은 전성기 시절 34.3%, ‘웃찾사’는 29.8%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경쟁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다졌다. 하지만 개그맨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과거 ‘말장난 개그’보다 자극적인 것을 찾는 대중에게 무리수를 던졌다. 그 결과 ‘개콘’은 겨우 10%를 돌파(10일 방송분, 이하 닐슨 전국 기준)했고, ‘웃찾사’는 4.3%(8일 방송분)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금 ‘개콘’에서는 개그맨과 개그우먼의 이름보다, 코너의 이름보다 개그와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린다. 바로 ‘웰컴백쇼’에 출연 중인 윤사랑과 김다운이 그 주인공이다. 부각되는 몸매와 모델 뺨치는 비주얼로 보는 이들의 환심을 산다. 이에 개그는 자연스레 묻히는 굴욕을 맛봤다.
특히 ‘도찐개찐’ 코너에서는 개그우먼과 오랑우탄의 모습을 비교하며 ‘도찐개찐’이라고 외치는 개그가 판을 이뤘다. 이어 대리운전 전화번호와 여성 몸매를 빗대어 “앞뒤가 똑같네”라며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억수르’ 코너에서도 아버지 역할을 맡은 김대희가 외모가 부족한 딸 오나미를 차별대우하면서 대중에게 웃음을 강요했다.
‘개콘’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정통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다. 초창기 ‘봉숭아학당’ 코너에서는 최고 정점을 찍은 개그맨과 신입 개그맨이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개그를 선보였고, ‘사마귀 유치원’에서는 국회의원과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큰 호응을 이끌었다. 무려 17년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프로그램인 만큼, 이번 개그의 변질 논란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각 프로그램에서 가정 비하와 여성 비하 논란을 맞았던 '충청도의 힘' '남자끼리' '억수르' 코너 (위부터) <사진=tvN '코미디빅리그'·SBS '웃찾사'·KBS 2TV '개그콘서트' 캡처> |
이와 마찬가지로 ‘웃찾사’ 역시 ‘개콘’과 같은 굴욕을 피해가지 못했다. ‘남자끼리’ 코너는 화제와 동시에 논란을 동시에 받았다. 해당 코너는 현 연애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문제는 코너 속 여자가 ‘막무가내형’으로 비추고 있으며 ‘된장녀’ ‘김치녀’의 캐릭터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에 남자 개그맨들은 한 명의 여성을 골탕 먹인 후 춤을 추며 기뻐해 ‘여성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위기에 빠진 개그계를 살리기 위해 베일을 벗은 ‘코빅’은 전파를 타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 중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장동민은 코너 ‘충청도의 힘’에서 한 부모 가정 비하 개그로 또다시 질타를 받았다. 이를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각 프로그램의 PD과 제작진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웃음을 위해 성을 비하하고, 가정을 비하하고, 개그와 전혀 상관없는 비주얼 모델로 환심을 사는 것은 대중이 사랑하는 ‘개그’가 아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상대방을 내려깎는 것이 아니라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한 ‘말장난’과 응어리를 풀어줄 ‘사회 풍자’를 비롯한 웃음이다. 부디 지금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과 제작진이 개그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예전과 같은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