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저성과자 재교육 신호탄..노조 "퇴출 프로그램 반대"
[뉴스핌=노희준 기자] 은행권이 성과주의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저성과 직원'관리를 한층 강화할 태세다. 조직문화에서 가장 '가족적'이라는 국민은행이 저성과자 재교육에 나선 것을 신호탄으로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자료=금융위> |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저성과자 및 조직 부적응자 30명을 지역 영업본부로 발령을 내고, '역량개발 교육'을 시키고 있다. 주목해야 하는 점은 국민은행이 지점장이 아닌 '직원들' 대상으로 역량개발 교육을 도입했다는 부분이다.
국민은행은 그간 실적이 좋지 않거나 동료와 협업에서 문제를 보이는 '무임승차자' 직원을 선별,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대신 업무 부적응자를 포함해 전체 지점에 대해 평가하고, 책임을 지점장에게 묻는 식으로 조직을 관리해왔다.
이는 비단 국민은행에 국한됐던 것은 아니다. 이재은 하나금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은행은 개인별 평가는 사실상 지점장 재량에 의해서 이뤄지고 큰 평가는 조직 평가로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무임승차자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때문에 금융권은 국민은행의 변모가 은행권 전반적으로 저성과자 관리 방안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데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산별 임단협 사측 안건의 하나로 저성과자 관리방안 도입을 제시한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 부장은 "경영진은 기본적으로 성과가 안 나오고 분위기를 흐리는 직원을 성과가 좋은 직원과 똑같이 대우하고 싶지 않아 한다"며 "저성과자 관리 방안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던 문제이고 성과주의 확산이 강조되는 분위기라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정도의 차이만 있지만 이미 저성과자 관리 방안을 쓰고 있다. 생산성이 가장 높은 신한은행은 지점장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저성과자를 선별해 업무역량 강화 교육을 시키고 힜다.
하나은행은 실적이 저조한 영업점장을 대상으로 후선으로 배치시킨 후 개인별 영업 목표를 주고 결과에 따라 다시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 다만, 노조 가입 대상인 직원 대상 관리 프로그램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지속적으로 실적이 낮은 지점장은 교체하고 근무 태도가 불량하거나 부채가 급증한 직원들은 후선 배치해 재교육 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해 평균 10명의 지점장이 후선 배치되거나 근무 태만 직원 20여명이 재교육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재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퇴출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객관적인 선별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직원 평가가 지점장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저성과자 구별 기준이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은 선임연구원은 "저성과자 재교육이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주고 사실상 나가라는 식이거나 인격 모욕의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며 "실제 일할 의지가 있는 직원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