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웃도는 이익 주가 못 움직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다음주 알코아를 필두로 미국 1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월가의 애널리스트 사이에 ‘서프라이즈’가 연출될 것이라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1분기 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 실제로 ‘서프라이즈’가 가시화된다 하더라도 주식시장을 놀라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 기조에 랠리한 뒤 꺾인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살리기를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통신> |
월가 애널리스트는 1분기 이익 전망치를 수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월가는 올해 1분기 S&P500 기업 이익이 10~12%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최근까지 평균 전망치가 7.6% 감소로 크게 후퇴한 상황이다.
1분기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폭은 2009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1분기 기업 성적표 발표를 코앞에 두고 애널리스트는 ‘깜짝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통상 투자은행(IB)의 이익 전망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경향을 보이며, 이 때문에 실제 이익이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가 이번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도이체방크는 S&P500 기업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이익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서프라이즈’가 말 그대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해 ‘사자’를 촉발시키는 호재로 통했으나 이번에는 과거의 논리가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피터 부크바 린지 그룹 애널리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실제 기업 이익이 시장 예상치보다 70% 가량 높을 것으로 확실시된다”며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추세일 뿐 주가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 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점이 바뀐 점도 ‘서프라이즈’가 주가를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과거 수년간 기록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유통주식 수를 대폭 축소, 주당순이익(EPS)를 늘려 실제 펀더멘털을 과장한 측면이 크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높은 가치를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은 매출액 증가 여부로 이동했다. 강달러가 기업 수익성을 강타하면서 매출액 추이의 중요성이 특히 높아졌다.
잭 애블린 BMO 프라이빗 뱅크 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기업 순이익은 헐리우드의 분장한 영화배우와 같다”며 “투자자들이 주시하는 것은 분장 효과를 낼 수 없는 매출액”이라고 강조했다.
2분기 이익 전망 역시 비관적인 만큼 기업들의 예상 실적이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촉발시키지 못할 경우 이번 어닝 시즌이 증시의 상승 촉매제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