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위해 양적완화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
[뉴스핌=김나래 기자] 대표적인 개혁진보성향의 경제학자인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새누리당이 내놓은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한국판 양적완화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을 통한 양적완화 등 돈을 투입하는 정책과 산업정책적 구조조정이 함께 가야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큰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부·여당의 구조조정 의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사진=뉴시스> |
김상조 교수는 30일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강봉균 선대위원장이 제시한 것처럼 KDB산업은행의 채권을 한은이 인수해주는 자금으로 한국경제의 취약 요인이자 경기회복을 억누르는 거시적 위험요소인 가계부채와 부실기업 문제에 투입하는 것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산은에서 만들어 놓고 쓰지 않은 기금, 금융안정기금과 비슷한 것이 있다"며 "가계부채와 부실기업에만 사용하도록 꼬리표를 달아 주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출범 이후 첫 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형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시중의 채권을 매입하는 형태로 돈을 시중에 푸는 것) 정책을 시행할 방침임을 시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구체적으로 한은이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로 전환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산은의 자금여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은이 산은 채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기준금리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대해서는 강 위원장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현행 1.5% 기준금리를 단순히 낮추는 것만으로 실물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식 양적완화의 성공 요인은 타깃을 정해 집중적으로 돈을 투입했기 때문"이라며 "모기지론, 카드대출, 할부대출 쪽으로 집중해 효과가 좋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환율 상황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만 끌어내리는 양적완화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강 위원장이 제시한 정책들은 지난해부터 이미 경제학자들 가운데서 논란이 됐던 이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얘기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국은행을 비롯, 경제학자와 금융인들 사이에서 논의됐던 이슈"라며 "원칙적으로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며 이 문제를 (하면 안 된다고) 매도해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어느 정도 논의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김 교수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위해 정부·여당이 산업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구조조정은 직면해 있는 시급한 과제며, 구조조정을 통한 고통이 클 수밖에 없음도 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구조조정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나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며 기본체질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강 위원장이 양적완화를 기본으로 한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3% 이상 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회의적인 뜻을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혹독한 산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한다는 것은 잘못된 전제"라며 "결국 부양만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부양과 구조조정 두 가지를 동전의 앞뒷면처럼 같이 가져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상조 교수는 19대 국회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을 통해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경제법안에 대한 조언을 해왔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