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중앙은행 빠지고 헤지펀드 입성
변동성 확대 우려 고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13조3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에 선수 교체가 활발하다. 전통적으로 매수 후 보유하는 전략을 취했던 해외 정부 및 중앙은행이 썰물을 이루는 한편 공백을 헤지펀드가 채우는 움직임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변동성이 더욱 높아지는 한편 불확실성이 고조될 것이라는 긴장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맨해튼의 금융권 <출처=블룸버그통신> |
28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헤지펀드 업계가 보유한 국채 규모가 1조27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해당하는 수치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과 일본을 필두로 해외 정부와 중앙은행은 미국 국채 비중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였고, 특히 지난해 15년만에 처음으로 보유량을 축소했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원인 해외 중앙은행이 후퇴하는 한편 헤지펀드 업계가 세력을 확대하자 미국 국채시장의 투자자들은 반갑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다.
코메르츠방크와 소시에테 제네랄(SG) 등 투자은행(IB) 업체들은 최근 두드러진 손 바뀜으로 인해 국채시장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규모 레버리지를 이용해 진입한 뒤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전세계의 대표적인 안전자산 및 금융시장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국 국채가 잦은 충격과 예측할 수 없는 급등락을 보일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정책자들도 최근 움직임에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헤지펀드 업계의 비중 확대에 따른 국채시장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롭 반더아셈 채권 투자 헤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보수적인 해외 중앙은행이 발을 빼고 공격적 트레이딩에 집중하는 헤지펀드가 밀고 들어오고 있다”며 “특히 변동성이 높아질 리스크가 크게 뛰었다”고 주장했다.
국채 트레이더들이 오는 6월 연준의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가운데 시장 모멘텀의 작은 변화가 커다란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연준에 따르면 헤지펀드가 지난해 사들인 국채 규모는 398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이와 별도로 미국 재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캐리비언 소재의 헤지펀드 업계가 보유한 미국 국채가 43% 급증, 352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헤지펀드 업계는 중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 국채시장의 3위 해외 투자자로 급부상했다.
해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시장에서 여전히 40%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중국과 그 밖에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연간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미 수익률 등락 폭이 확대됐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6월 고점인 2.5%에서 60bp 이상 하락, 최근 1.80%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또 TD 증권에 따르면 올들어 10년물 수익률의 일간 등락 폭이 1 표준편차를 넘어선 거래일이 39%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4%를 넘어선 수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