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직원들 내보내기 위한 퇴출프로그램"…법적공방 지속
[뉴스핌=이보람 기자] HMC투자증권이 저성과자 배치를 두고 노사간 법정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회사측이 직원 4명을 방문판매(Out Door Sales, 이하 ODS)직무에 추가 배치하면서 사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HMC가 저성과자 부서를 꾸리고 직원 20명을 배치한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나온 두 번째 인사조치다.
23일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증권내 직원 4명이 ODS직무로 추가 발령을 받았다. HMC는 지난 2014년 하반기 대규모 희망퇴직 후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을 강북2지점에 따로 배치, ODS부서를 만들었다. 당시 해당 부서로 발령이 났던 20명 중에는 노조원 17명이 포함돼 있었다. 최초 발령 인원 중 20%인 5명은 퇴사했고 12명은 복직된 상태다.
노조 측은 이를 두고 회사 입맛에 맞지 않는 인력을 내보내고자 만든 '퇴출프로그램'이라며 사측과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사측이 지난해 하반기 업무성과를 토대로 4명의 직원을 추가 배치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단, 이번에는 저성과자 직원들을 한 곳에 모으지 말라는 노조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강북2지점을 없애고 직원들이 영업 기반을 갖고 있는 기존 근무지에서 ODS 업무를 담당토록 체계를 변경했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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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회사측은 이에 대해 "ODS는 성과향상 관리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법원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며 "해당 직원들의 성과가 향상되는 등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됐고, 제도 본래 취지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에 ODS로 발령된 직원들은 지난해 하반기 실적 평가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별 손익분기점(BEP) 70% 미만 그리고 실적 하위 25% 직원이 대상이다. ODS부서에 소속된 직원들은 기존 업무와 상관없이 신규계좌 개설, 자산 유치 등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 일정 점수 이상 포인트가 쌓이면 기존 업무로 복귀하게 된다. 변동 상여금 제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조측 관계자는 "회사는 직원을 자르기 위해 만든 부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ODS로 발령나면 기존 업무와는 무관한 업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의지가 꺾이고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어진다"며 "이를 우려해 대부분 증권사들도 이 같은 부서를 따로 두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 중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부서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NH투자증권가 프론티어지점에서 성과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재교육 및 영업활동 지원 등을 진행하는 정도다. 이 외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 교보증권 등은 성과관리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근무지 이동 등 인사발령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새로 만든 IBK투자증권도 별다른 저성과자 프로그램은 없는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직원들이 각자 잘하는 영역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회사측에서 제시한 기준만 갖고 6개월마다 재평가를 통해 저성과자라고 낙인찍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앞서 HMC투자증권 노조는 지난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ODS부서가 저성과자 및 노조가입자 퇴출을 위한 부당배치 및 부당노동행위를 주장했고 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였지만 중앙노동위 재심에선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해줬다.
이후 노조와 사측은 해당 판정에 대해 각각 반발,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HMC투자증권이 ODS부서에 저성과자를 배치한 것이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노조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 항고했으며 이에 대해 사측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통해 해당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