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스프레드 2007년 후 최저…"긴축 우려 반영"
[편집자] 이 기사는 03월 09일 오전 11시4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연초부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던 글로벌 금융시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글로벌 증시·원자재·회사채 가격이 모두 작년 말 수준으로 돌아온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내다보는 '수정구슬'이라 불리는 '미 국채 수익률곡선(yield curve)'을 보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장단기 금리차, 2007년 이래 최저치 경신
8일 자 미국 유력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레이드웹 자료를 인용,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격차는 이날 0.95%포인트(p)까지 축소되면서 2007년 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채 5년물과 30년물의 수익률 격차 역시 지난달 25일 이후 0.14%p 떨어지면서 연초 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5년간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 추이 <출처=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
미 국채 장단기 수익률 격차(스프레드)가 작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은 세계 경기에 위험 신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률곡선에서 단기채 수익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단기 국채수익률이 기준금리를 따라 상승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장기채 수익률은 미국의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기대 등 경제의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인다. 현재처럼 장기수익률의 상승폭이 단기수익률의 상승폭에 못 미치는 상황은 경제주체들의 미래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통상 단기물보다 장기물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데, 장기채에 지급되는 수익률 프리미엄이 적다는 것은 미래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 자금 수요가 적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도이체방크 등 대다수 투자은행(IB)들은 수익률 곡선이 계속 평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제출했다. 이들 은행들은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진행될 경우 수익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CRT 캐피탈 그룹의 이안 린젠 국채 부문 선임 전략가는 "수익률 곡선은 그 자체로 설문조사 결과가 된다"며 "시장에서 장기 물가상승률이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수익률 곡선이 앞으로 더 평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연준 긴축 'Yes' or 'No'?…불안감 반영
연준이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실시할 경우 이런 추세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진행되는 것은 이 같은 우려를 선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물가상승률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우리는 그동안 물가상승률이 높아지기를 바랐는데 이제 그 첫 움직임을 보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므로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고용시장 상황이 개선됐다고 해서 물가상승률이 곧바로 2%까지 오른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위기관리 관점에서 볼 때 통화정책의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도 이달 초 중국 방문 당시 연설에서 유가 하락 등으로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도미닉 콘스탬 도이체방크 금리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지는 것은 투자자들이 연준이 큰 폭 금리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연준은 기존의 금리인상 경로를 되돌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률 곡선은 그동안 연준의 양적완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가파르게 형성돼 있었다"며 "이 같은 왜곡을 감안하면 현재 수익률 곡선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로 나타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