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바라보는 세계경제, 동반둔화 위험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부진한 세계경제에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지만, 동반 성장을 견인할 만큼의 동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견해를 빌어 상품가격 약세와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미국 홀로 성장만으로는 견인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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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블룸버그> |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은 세계 경제 성장에 23% 정도를 기여해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올해도 기여도가 21% 정도로 비교적 강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와 내년 미국 경제 예상 성장률은 각각 2.6%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는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세를 진정시키는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 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티모시 아담스 회장은 "미국 경제 혼자서는 글로벌 경제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도 중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이 함께 소비 성장을 견인해 경기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WSJ와 인터뷰에서 "세계가 미국 소비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에만 기대를 거는 것은 신흥시장은 물론 미국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경우 미국 수출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미국의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들에 휘둘리게 되고, 나아가 내수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어려운 결정들을 미루게 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경제 자체도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전망이 밝은 것은 사실이지만 침체 이후 임금 상승세가 지나치게 더딘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기업 투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달러화 강세로 수출이 부담을 받으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의 사정이 나빠진 점이나 내구재 수요 감소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서베이에서는 세계 경제에 낙관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코 수석 미국 거시경제 분석가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가 장기화 할수록 미국 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는 다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