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광수 기자] 춘삼월, 때아닌 동창회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연말연시도 아닌데 무슨 얘기냐 묻겠죠. 이게 다 곧 출시되는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때문입니다.
ISA는 예·적금이나 펀드 등 여러 금융투자 상품을 한 계좌에 넣을 수 있는 계좌입니다. 편하기도 하지만 일정 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다보니 투자자들 관심이 뜨겁습니다.
'때 아닌' 동창회 시즌의 단초는 1인당 1계좌 개설만 허용하는 제도 때문입니다. 초반에 고객을 확보하기만 하면 어지간해선 뺏길 염려없이 꾸준한 수익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금융회사들이 직원에게 할당량을 내려보내고 있습니다.
회사와 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인당 100개에서 많게는 200개의 예약 가입 계좌를 직원들에게 할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품도 나오기 전에 이 같은 행태의 캠페인이 떨어지니 금융회사 직원들간에는 불만과 푸념이 넘쳐납니다.
"출시까지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할당량을 다 채우겠습니까?" 이번 주말에 동창들을 소집한 한 업계 관계자는 동창회 목적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은행과 증권사에서 일하는 동창 2명이 동창회를 열어 가입 실적을 반반씩 나누기로 했다는 전언도 있습니다.
동창회가 아니더라도 영업지점 직원들은 요즘 친구들과의 저녁일정이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있습니다. ISA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입니다.
친구도 만나고 할당량도 채우겠다는데 비난할 사람은 없겠죠. 문제는 이러한 가입 방식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아직 포트폴리오 구성이 안됐는데 무슨 설명이 필요해요. 그냥 가입시키는 거죠. 동창들도 상품 설명을 듣기 보단 그냥 가입해주려고 오는거구요."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가 직원에게 판매 할당을 내리는데 대해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지난 3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ISA 불완전판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하겠다"며 "판매 실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과도한 판매할당을 내리는 것은 괜찮지만, 판매 실태를 모니터링해 불완전판매일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인 겁니다. 분명 모순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는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ISA를 '국민통장'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바람처럼 ISA가 국민통장으로 자리 잡기에는 여러 시행착오가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때 아닌 동창회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