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주변국 스프레드 오히려 상승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 확대 여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가운데 금융시장은 기대감보다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년 전 양적완화(QE) 단행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의 국채가 봇물을 이루는 등 금융시장을 흔들어 놓은 ‘흔적’이 곳곳에 보이지만 이는 표면적인 상황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른바 주변국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지난해 말 이후 오히려 큰 폭으로 뛰었고, 향후 5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여전히 정책 목표 수준에 못 미치는 등 실상 금융시장 전반의 반응은 탈진에 가깝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8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10년 만기 국채 대비 같은 만기의 스페인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지난해 말 이후 89bp 뛰었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의 스프레드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3bp와 27bp 상승했다.
독일을 포함해 이른바 유로존 중심국의 국채로 ‘사자’가 몰리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진 데 반해 주변국의 스프레드는 ECB의 QE 만기 연장 및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에도 올랐다는 얘기다.
정책자들이 QE를 통해 펀더멘털 측면의 리스크를 가리려 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눈을 가리지는 못했다는 의미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기대 역시 실질적인 정책 효과를 엿보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의 5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하는 5년물 스왑 금리에 따르면 시장 전망이 1.5% 내외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번주 ECB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 갖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했다. 은행권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를 최대 20bp 추가 인하해 마이너스 0.5%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전망과 QE의 대상을 회사채로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공격적인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극단적인 통화정책에도 인플레이션과 실물경제 회복이 기대치에 못 미치자 정책 행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이 과격해졌지만 신뢰는 오히려 저하됐다는 것이 투자가들의 지적이다.
아비쉬크 싱가니아 도이체방크 전략가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QE의 평가 기준을 중심국 국채 수익률로 제한한다면 시장과 정책이 동조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실상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혼란과 이견이 시장과 중앙은행 사이에는 물론이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팽배하다”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은 블룸버그통신의 칼럼을 통해 “ECB 회의를 앞두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정책자들이 부양책을 확대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일본은행(BOJ)과 흡사한 상황에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ECB의 정책 효율성이 떨어지는 동시에 정치적인 약점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