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입 확대 불발 가능성 제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오는 10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실망’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추가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고조됐지만 실상 결과는 예상에 못 미칠 것이라는 얘기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취임 이후 지금까지 가진 47회의 통화정책 회의 가운데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시행을 포함해 비전통적인 ‘서프라이즈’를 강행한 것은 10차례에 이른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출처=AP/뉴시스> |
하지만 물가는 지난 2월 재차 마이너스로 후퇴했고, 성장률 역시 점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달 회의에서 ECB가 또 한 차례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낼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CB 회의 결과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약 75%에 이르는 이코노미스트가 자산 매입 규모를 늘리는 한편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단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QE 규모가 기존의 월 600억유로에서 월 750억유로(82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초과 지급준비금에 적용하는 금리가 10bp 추가 인하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이른바 ‘다중 금리시스템’을 채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하면서 지급준비금을 기초 잔액과 매크로 가산 잔액, 이 밖에 초과 지준금 등 세 가지로 분류해 금리를 적용하는 3중 시스템을 도입한 것과 흡사한 행보를 취해 은행권의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바주카’의 결과를 둘러싼 시장의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달 회의를 끝으로 상당 기간 ECB가 추가 부양책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10차례의 카드와 달리 이번 부양책이 인플레이션과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서베이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의 80%가 드라기 총재의 임기가 종료되는 2019년 10월까지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정책 목표치인 2.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앨런 맥콰이드 메리온 캐피탈 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ECB의 ‘울트라’ 부양책이 지금까지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효과를 거뒀다”며 “하지만 드라기 총재가 임기 종료 시점까지 물가를 목표치인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실망스러운 회의 결과에 대비할 것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유로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RBC는 보고서를 내고 이번 주 ECB가 내놓을 부양책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2월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이후 또 한 차례 ‘서프라이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게 증폭됐지만 ECB가 의외로 보수적인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얘기다.
RBC는 이번 회의에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확대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오히려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를 갖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 엇갈린 결과가 외환시장에 단기적인 변동성을 부추길 것으로 RBC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캐나다 달러화를 필두로 스위스 프랑 및 달러화에 대해 상승 탄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부양책의 강도와 무관하게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 이후 은행주 ‘팔자’가 집중된 것과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잭 켈리 스탠더드 라이프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국채 펀드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불과 1년 전에 비해 채권시장 반응이 크게 달라졌다”며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하기 위한 ECB의 정책 행보에 금융시장은 예전만큼 수용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WSJ은 상당수의 트레이더와 투자자들이 ECB의 회의 실망감에 외환 및 주식시장 변동성이 상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