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역마진은 유통업체가 부담 중…장기적으론 '글쎄'
[뉴스핌=한태희 기자]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업계의 최저가 경쟁과 관련해,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 압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사인 제조업체들은 계약 조건 변경없이 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다만 경쟁이 장기화되면 납품단가 인하 압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4일 유한킴벌리를 포함한 기저귀·생리대 제조업체에 따르면 온라인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유통업체가 계약 조건 변경 등을 제조업체에 요청하지 않고 있다. 최저가 또는 역마진 부담을 유통업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얘기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가격 조정 등을 포함한) 계약 조건 변경 없이 유통업체가 요청하는 주문량을 그대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명 공개를 꺼린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격 인하 없이 그대로 공급하는 중"이라며 "하루 단위로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몇 주간 물량을 미리 납품해 우리 쪽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마트는 유한킴벌리의 생리대 '화이트', 기저귀 '하기스'를, LG유니참의 기저귀 '마미포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 일동후디스, 파스퇴르의 분유를 최저가로 팔고 있다. 쿠팡이나 티켓몬스터 등은 이마트에서 파는 제품은 물론이고 다른 브랜드의 상품도 싸게 팔고 있다.
제조업체는 유통업체간 경쟁을 제3자 입장에서 보고 있다. 큰 기대도 안하고 그렇다고 해서 걱정도 안 하는 분위기다. 현재 할인 경쟁 중인 제품은 생필품 등이기 때문이다. 생필품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다. 가격 변동이 수요 변화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예컨대 분유 값이 몇 백원 떨어졌다고 해서 아이에게 하루에 5번 먹이던 분유를 10번으로 늘리지 않는다. 기저귀나 생리대 등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제조업체는 어떤 유통업체를 통해 상품이 팔리냐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최저가 프로모션은 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저가 경쟁이 길어질 경우에 대한 우려는 있다. 역마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통업체가 가격 인하를 요청할 수 있어서다. 한 분유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경쟁 초기이기 때문에 별 말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떤 식으로든 계약 조건을 변경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