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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고민 '3제(題)'

기사입력 : 2016년02월28일 09:30

최종수정 : 2016년02월29일 06:39

성장 정체 이마트 및 해외진출, 후계구도 고민 깊어져

[편집자] 이 기사는 2월 26일 오전 11시 16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마트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부분에서 고민이 큽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근 재계의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정 부회장은 비슷한 또래의 재계 지인들과 최근 만나 성장 정체를 보이고 있는 이마트의 앞날에 대해 여러 고민을 털어놨다고 한다.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또래의 경영자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26일 재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고민은 크게 세 가지 측면이다. 이마트의 성장과 해외진출, 향후 후계이다. 

이 세가지 고민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마트가 경기 침체와 함께 저성장기에 돌입하면서 해외 사업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는 신세계그룹 후계승계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성적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 신세계그룹 ‘핵심’ 이마트의 침체 해법찾기

실제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13조6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신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3.6% 감소한 503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이마트가 대규모 매장 이마트타운을 비롯해 총 6개 점포를 오픈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팔아 남긴 것은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 점포당 평균 매출도 자연스럽게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마트의 저성장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소셜커머스 등 다양한 채널에서 경쟁자가 생겨나면서 대형마트의 수익성과 매출 성장률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움을 겪는 추세다.

정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그는 지난 한해 동안 이같은 당면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각종 체험형 매장과 이마트-이마트트레이더스를 한 곳에 모은 이마트타운이 처음으로 선보여졌고, 정 부회장의 주도로 진행된 ‘비밀연구소’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PL(자체라벨)제품도 선보였다. 이런 시도는 업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노브랜드’ PB제품이나 체험형 대형마트를 주도적으로 선보이면서 대형마트의 트렌드를 선도한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마트의 실험 이후 경쟁사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체험형마트에 뛰어든 상태다.

문제는 이같은 노력이 대형마트의 성장 반등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내수경기 침체와 더불어 각 대형마트 간 경쟁구도 심화, 소셜커머스 등 오픈마켓과의 가격경쟁에 따른 이익 축소 등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아서다. 

▲중국 진출 '쓴잔', 두 번째 도전에서는…

이마트의 성장 정체는 정 부회장이 꾸준히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된다면 당장에 이를 뒤집기보다는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보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아직 성과로 내세울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이마트는 1997년 중국 상해에 1호점을 낸 뒤, 2010년 점포 수를 27개로 늘렸지만 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결국 점포를 매각,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미 2014년 6개 점을 폐점하거나 매각했고 지난해 2개점에 이어 올 초에는 상해 1호점을 폐점했다. 상해 1호점까지 폐점되면 남은 중국 매장은 총 7개점에 그친다. 이마트 측은 중국내 철수가 아닌 구조조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사실상 중국 상륙에서 쓴잔을 마신 셈이 됐다.

물론 중국의 성과가 미미한 것이 해외 진출 전반의 실패는 아니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대형마트의 각축장이 된 중국시장보다는 베트남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마트는 베트남 호치민에 1호점을 오픈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지난해 베트남을 세 차례 방문하고 직접 시장조사를 하는가 하면, 현지전략을 세우는데 관여했다. 이마트는 베트남 현지 유통그룹과 합작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결별한 뒤 독자진출이라는 과감한 수를 뒀다. 베트남 시장을 직접 발로뛴 정 부회장의 판단에 따라서다. 

베트남 시장 진출은 중국 실패 이후 두 번째 해외 도전으로, 이미 이곳에 진출한 롯데마트가 11개 점포를 운영하며 성장을 하고 있어 전망이 나쁘지 않다. 이마트의 해외진출은 올해부터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 이마트-정유경 백화점, 남매의 과제

지난해 연말 단행된 올해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정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사장이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임명됐다는 점도 그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맡고 정 사장이 신세계백화점을 맡는 구도로 해석되며 남매간 경영 등 많은 과제를 던져줬기 때문이다.

특히 남매간 책임경경은 향후 그룹 후계승계 문제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장기적으로 계열분리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결국 그룹의 주력사업인 이마트의 성적표는 곧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 성적표가 될 수 있고, 이는 후계구도라는 측면에서 그의 고민을 깊게 하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상품 비율과 부유층 매출이 높은 백화점보다 최저가 경쟁을 펼치는 대형마트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마트와 신세계가 경쟁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정 부회장으로서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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