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 상장 폐지 후 중국 상장으로 차익 노림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상장 폐지가 꼬리를 물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국 자본의 대규모 유출을 둘러싼 경계감이 여전한 가운데 현지 사모펀드가 나서 기업 해외 상장을 폐지하는 움직임은 향후 성장에 대한 낙관이 깔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체 치후 360 테크놀로지가 지난해 12월 무려 93억달러의 밸류에이션에 뉴욕증시 상장을 폐지, 시장의 시선을 모은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상장 폐지의 자금줄은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사모펀드 업체나 헤지펀드, 벤처캐피탈의 중국 사업 부문이다. 중국 관련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을 이루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해외 자본의 베팅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치후 360 테크놀로지의 상장 폐지를 주도한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큰손’에 해당하는 세쿼이어 캐피탈의 중국 사업 부문이다.
최근 상장을 폐지한 온라인 화장품 업체 주메이까지 해외 상장 폐지를 통한 중국 기업 지분 인수가 유행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기업 가치 평가나 법적 절차 및 제도 등 얽힌 문제들을 감안할 때 해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인수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사모펀드 업계는 상장 폐지 후 기업 수익성과 성장성을 향상시킨 뒤 더 높은 가격에 중국 상장을 통해 투자 자본을 회수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블랙스톤 계열의 헤지펀드 업체 센리건 캐피탈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호텔 업체 홈인스의 상장 폐지를 추진하면서 밸류에이션이 적정 수준으로 떨어진 데 따라 보다 유리한 여건이 형성됐다고 밝혔다.
상장 폐지 움직임이 확산되자 자산운용업계도 발을 들여 놓고 있다. 고객들 가운데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상품을 개발, 상장 폐지에 일정 부분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움직임이다.
일부에서는 시장 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진 데다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국채가 7조달러에 달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수익률을 추구하는 금융업계가 이른바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타깃으로 선택했다는 얘기다.
치후 360 테크놀로지 이후 사모펀드나 헤지펀드에 의해 상장 폐지된 중국 기업은 6건으로 집계됐다.
여러 가지 요인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중국 경제에 대한 낙관과 투자 매력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해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니스트 헨리 센더는 “중국 자본 유출 문제가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를 통째로 흔들었지만 사모펀드 업계는 중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인 베팅에 나섰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