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민간 기업 대규모 프로젝트 '수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이 남미에 뭉칫돈을 베팅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
브라질에서 페루까지 걸친 3300마일 규모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부터 베네수엘라 차관까지 총 메가톤급 투자가 일제히 물거품이 됐다.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이 남미 지역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에만 65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 위안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경제적, 정치적으로 남아메리카에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야심에서 시작된 천문학적인 베팅은 대부분 파탄에 이른 상황.
가뜩이나 국내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대규모 자본 이탈로 골머리를 앓는 중국 정부가 국경 바깥에서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콜롬비아와 페루를 연결하는 대규모 철도 프로젝트다. 미국 마이애미와 시애틀을 연결하는 거리와 맞먹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은 지난 2011년 투자를 단행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당시 중국은 파나마 운하와 힘을 겨룰 수 있는 철도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 대적하겠다는 의도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는 것이 경제 석학들의 해석이다.
콜롬비아가 남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정치적인 안정을 확보하고 있고, 경제 성장 역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밖에도 중국 정부 및 민간 기업들은 멕시코부터 브라질까지 다수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대부분 ‘하세월’이다.
이른바 ‘만만디’로 널리 알려진 중국이 남미 지역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와 문화적 차이, 관료주의 등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는 지적이다.
알레잔드로 워너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지극히 불안정한 지역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도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이 뭉칫돈을 쏟아 부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모두 깊은 경기 침체에 빠졌기 때문.
특히 브라질은 1930년대 이후 최장기 불황에 빠졌다. 베네수엘라는 전세계 최악의 경제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평가다. IMF는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무려 72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이 베네수엘라네 투자를 결정한 것은 대규모 원유 보유국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2007년 이후 중국이 베네수엘라에 제공한 차관은 650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유가 폭락에 경기 침체가 강타하면서 중국이 베네수엘라의 차관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 단행한 여신의 디폴트를 막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제공하는 실정이다.
케빈 갈라허 보스톤 대학 교수는 “중국 정부는 과거 여신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여신을 단행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베네수엘라에 발목을 잡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간 기업들도 악수를 두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1년 중국 총칭 그레인 그룹이 20억달러 규모의 브라질 대규모 콩 가공 설비 프로젝트를 발표했으나 최근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여전히 허허벌판으로 방치돼 있다.
마가렛 마이어스 미주대화(Inter-American Dialogue) 이사는 “중국이 벌인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상당수의 난관을 맞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투자가 결실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