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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대니쉬 걸' 에디 레드메인 "용기의 위대함에 관한 영화"

기사입력 : 2016년02월23일 14:28

최종수정 : 2016년02월23일 14:28

'대니쉬 걸'에서 결혼한 뒤 성 정체성을 찾는 화가 릴리 엘베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사진=AP/뉴시스>

[뉴스핌=김세혁 기자] 에디 레드메인(34)이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때 적지 않은 영화팬이 놀랐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브래들리 쿠퍼를 비롯해, '이미테이션 게임'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후보로 버티고 있었기에 그의 수상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으로 완벽하게 부활한 마이클 키튼을 제치고 얻어낸 결과였다. 때문에 에디 레드메인과 오스카 남우주연상 사이에는 '깜짝'이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그랬던 에디 레드메인이 '대니쉬 걸'로 2연타석 홈런에 도전한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듯 '대니쉬 걸' 속 그의 연기는 빈틈 없이 꽉 차 있다. '대니쉬 걸'은 최초의 트랜스젠더로 기록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1882.12.28~1931.9.13)의 이야기다. 

"'레 미제라블' 촬영 중 톰 후퍼 감독으로부터 '대니쉬 걸' 대본을 받았어요. 뭔지도 모르고 앉아서 읽다가 무척 감동했죠. 마음 깊이 열정이 느껴져 기꺼이 하고 싶다고 했어요. 원래 뭔가 결정할 때 머뭇거리는 편인데, 이 배역은 오히려 놓칠까봐 무섭더라고요. 대본 속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영화의 주인공 에이나르 베게너는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의 삶을 원했다. 풍경화로 명성을 쌓으며 편하게 살 수 있었는데도 성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냉담한 편견과 부딪히는 인물이다. 여성일 때 그의 이름은 릴리 엘베다.

"릴리는 정말 용기 있고 멋진 여자예요. 복잡하지만 화려하고, 또 활기찬 사람이죠. 릴리의 심정을 파악하려고 그의 삶과 세계에 몰입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장점이 그런 거거든요. 자신을 스스로 확장할 수 있죠.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에디 레드메인은 단순히 배역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읽어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쯤 전에 벌어진 일이 릴리와 그의 아내 게르다(알리시아 비칸데르)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 수없이 짐작해가며 연기했다.  

"성 소수자 사회를 직접 경험하면서 그들의 용기와 현실, 그리고 모순까지 알아야 했어요.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어떻게 깨닫게 됐는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죠. 릴리도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었겠죠? 저는 바로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그를 벌레 보듯 하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도 알아야 했죠."

아내 그림의 모델로 서기 위해 여장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에이나르 베게너(오른쪽) <사진=UPI코리아>

'대니쉬 걸'을 이야기하며 에디 레드메인의 상대역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빼놓을 수 있을까. 그가 연기한 게르다는 남편에게 장난삼아 여장을 시켰을 뿐이지만, 그 일로 인생 전체가 흔들리는 비운의 인물이다. 무엇보다 남편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정리해 가는 게르다의 심리묘사가 빼어나다.

"알리시아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어요. 자신만의 활력과 생기가 넘치죠. 둘이 함께 했던 오디션은 절대 잊을 수 없어요. 한 장면을 연기한 후 톰 후퍼 감독을 돌아봤는데 울고 있더군요. 성공했다고 생각했죠. 발레리나였던 알리시아는 자세나 균형감은 물론 감정을 전하는 능력이 특히 뛰어나죠."

매번 빼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스스로를 확장해온 에디 레드메인. 혹자는 인상이 너무 부드럽고 나약하다지만, 사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요한 승부사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일부러 스스로를 내려놓고 이리저리 부딪혀 가며 최고의 신을 잡아낸다.

"좋은 배우라면 항상 안정감을 유지해야겠죠. 카메라에 담길 배우가 불안정해서야 어디 쓰겠어요. 전 자유롭게 몇 번이고 스스로를 이리저리 깨뜨려 가며 최선을 찾아내요. 다행히 톰 후퍼 감독은 제 방식을 존중해줬어요. 항상 매의 눈으로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문을 품기도 하고 칭찬해줬죠."   

사회의 높다란 벽에 맞선 성 소수자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 실존인물 릴리 엘베의 용기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며 웃는 그는 수많은 관객의 의식을 깨우쳐줄 이야기에 참여한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대니쉬 걸'은 진정한 자신이 되기 위해 특정한 일을 겪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릴리처럼 모두 자신만의 장벽이 있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과감하게 맞설 것인지, 깨부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차이만 있을 뿐이죠. 진정한 자신이 되려는 용기가 얼마나 위대한 지 이 영화를 통해 배웠어요."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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