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자본 부족→실적악화→환매 증가 악순환 발생 가능"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자산운용사들이 금융시장 전반에 심각한 파급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펀드런(대량환매)' 상황에 취약하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18일(현지시각)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연구원들은 미국 뮤추얼펀드 업계가 손쉬운 상환을 내세우며 빠르게 몸집을 불린 상황에서, 회사채를 중심으로 트레이딩 여건이 악화되고 있어 부정적 파급 효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권시장 유동성이 시장 전문가들 주장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갑작스런 대규모 환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뮤추얼펀드가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경고다.
이날 뉴욕 연은의 니콜라 세토렐리, 페르난도 듀어티, 토마스 에이젠바크 연구원 등은 경제블로그인 '리버티 스트리트 이코노믹스' 기고를 통해 "대규모 환매나 청산 움직임 뒤 자산가격 탈구현상(price dislocation)은 상당히 중요하며 이때 금융시장 전반적 영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금융 위기의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투자자들은 이런 경우 재빨리 대규모 환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뉴욕 연은 연구원들이 진행한 '거시건전성 스트레스 테스트(macroprudential stress test)'에서는 미 국채 수익률이 전체 만기 구간에 걸쳐 갑자기 1%포인트 오를 때 투자자들의 대규모 상환 움직임은 시장에 연쇄 반응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1분기에는 이 스필오버에 따른 손실이 1달러 당 9센트에 불과했으나, 10년이 지난 2015년 1분기 기준으로는 무려 22센트의 손실이 스필오버 파장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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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오버 손실 비중 확대 <자료=모닝스타 다이렉트, 뉴욕 연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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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오버 손실 구성 분해 <자료=모닝스타 다이렉트, 뉴욕 연은> |
무엇보다 2009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채권펀드를 중심으로 펀드운용사 대부분이 보유한 완충자본 규모는 대규모 환매사태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목됐다.
자본이 부족해진 운용사들은 거래하기 어려운 증권들을 억지로 팔게 되면서 판매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춰 제시하게 되고, 이는 펀드 수익을 갉아먹고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현재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산운용사들의 유동성 위험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들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폴 스티븐스 미 투자회사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회장은 "SEC가 유동성 규제를 들여다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우려 정도가 지나치다"며 "(좀 더 완화된)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