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수익성 개선 필요"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코코본드(조건부 후순위 전환사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럽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 우려를 불러일으킨 독일의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가 자사 채권 재매입 계획을 발표하며 투자자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도이체방크는 12일(현지시간) 자사가 발행한 54억 달러 규모의 유로화·달러화 표시 선순위 무담보채권(senior unsecured bonds)을 재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유로화 채권은 30억 달러, 달러화 채권은 20억 달러 규모로 사들일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도이체방크 본사<사진=블룸버그통신> |
도이체방크의 마커스 쉥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바이백으로 최근 시장 여건을 활용해 매력적인 가격에 부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발행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매입함으로써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어려운 금융 여건에서 채권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는 2015년 말 기준 2150억 유로의 적립유보금(liquidity reserves)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은 풍부한 유동성을 이용해 이번 자사 채권 재매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이체방크의 이번 결정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은행이 채권자들에게 자사가 발행한 코코본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도이체방크는 지난해 4분기 80억 유로의 손손실로 2분기 연속 부진한 실적을 보여줬다.
코코본드는 신종자본증권(Tier 1)과 후순위채 모두 회사에 심각한 자본훼손이 발생한 경우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이자 지급이 불가능한 경우 이자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다.
투자자들은 연일 도이체방크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불안감을 반영했다. 지난 8일 주가가 9.5%나 급락하자 도이체방크는 서둘러 오는 4월로 예정된 3억5000만 유로의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를 지급할 충분한 유보금이 있다고 밝히는 등 투자자들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쉥크 CFO는 이번 채권 매입이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 여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올해 자금 조달 계획에도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채권 재매입 발표에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이날 12%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이번 채권 재매입 계획 발표에도 전문가들은 이것이 투자자들이 도이체방크에 가지고 있는 우려를 근본적으로 지우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의 톰 로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바이백은 시장에 분명히 부정적인 소식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바이백이 도이체방크의 자본 수준에 대한 큰 의문을 풀어주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로저 프란시스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도이체방크가 공황 상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서도 "이것이 투자자들이 도이체방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려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며 배당과 후순위채 이자 지급할 수 있는 실적이 필요하고 그것이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