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남아는 "양호"…인도·인니·남미 "글쎄"
[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유가가 13년래 최저를 기록하면서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디폴트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장중 배럴당 26.21달러까지 하락하며 2003년 5월 후 종가 기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WTI 선물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20~40달러 사이를 '출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로버트 더들리 BP 최고경영자(CEO)는 "유가에 단기 하방 리스크가 증가했다"며 "올 상반기에 원유 시장이 약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신흥시장 에너지 업체들이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이 높아질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아시아 에너지 기업들은 올해 부채 규모가 1840억달러에 이르며 이 중 86%는 중국 기업이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은 앞으로 4개월 내에 만기가 도래할 부채가 653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올해 2~12월 사이에 만기를 맞는 부채가 41%로 절반 가까이 된다. 페트로차이나의 경우 부채가 61억달러,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38억달러 규모다.
다만 노무라증권은 부채를 진 중국 에너지 기업들 중 대다수가 국영기업이라서 본격적인 디폴트가 진행될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정부가 기업 디폴트를 용인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노무라증권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중국은 본토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고 자금조달 비용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조건에도 신용위험이 높은 중국 기업으로는 ▲중국황금집단공사 ▲중국해양유전서비스(COSL) ▲중국여업공사▲중국오광집단공사가 꼽혔다.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석유 기업들도 양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작년 8월에 말레이시아 기업들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하거나 배당·투자 등을 축소할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S&P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기업인 페르타미나와 인도 기업 ONGC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저유가로 인해 현금 흐름과 부채비율이 악화됐다는 것이 등급 강등의 이유였다.
노무라증권 크레이그 챈 전략가는 "아시아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는 심각한 디폴트가 발생할 위험이 제한적"이라면서도 "남미 지역은 문제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