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 0% 아래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네거티브’ 영역으로 떨어졌다. 최근 선진국 국채 수익률의 도미노 하락이 일본까지 번진 셈이다.
전세계 국채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거래되는 물량이 7조달러에 달했다. 불과 18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서브 제로’ 수익률의 국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시장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의도했던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국채가 7조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선진국 국채 지수의 29%에 달하는 물량이다.
2개월 전 3조달러를 넘어선 ‘서브 제로’ 국채는 단기간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02%까지 밀렸고, 단기물을 중심으로 미국과 독일 국채시장에 마이너스 금리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필두로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매입에 혈안이 된 만큼 수익률이 0% 아래로 떨어지는 국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피터 부크바 린지그룹 전략가는 “마이너스 금리의 국채가 7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통화정책의 광란이 빚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근 일본은행(BOJ)과 앞서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했지만 목표했던 유동성 공급과 경기 부양 효과가 엿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번지고 있다.
앤드류 랩스론 소시에테 제네랄 퀀터티브 전략 헤드는 “최근 국채시장 움직임은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며 “실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시장마저도 마이너스 금리를 반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의 부양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9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해 추가 부양책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제임스 스탠리 데일리FX 외환 애널리스트는 “유럽부터 일본까지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권과 투자자들을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시행에 대해서도 이미 비판의 목소리가 번지기 시작했다.
하야카와 히데오 후지츠 리서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BOJ)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엔화 평가절하와 주가 상승을 유도할 계획이었지만 실상 정반대의 결과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한 축인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영향력이 희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위를 더해가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데이비드 폴커츠 란도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단행할 것으로 보이며, 3월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라며 “통화정책 정상화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