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이루어진 현행 시내면세점 제도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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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함지현 기자] "교장 선생님이 왜 이반은 공부를 잘하는 학생만 잘하고 못하는 학생은 못하냐고 지적하자 담임 선생님이 공부 못하는 학생을 독려하지 않고 공부 잘하는 학생의 책상을 빼버린 꼴이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온전했던 몸에 상처를 내서 피가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빨리 지혈을 해줘야 한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내 면세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세미나'에서는 '5년 시한부'라는 비판을 받는 현행 시내 면세점 제도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토론자 중 반대의견을 가진 참석자가 없어 토론회가 더욱 비판일색으로 흘렀다.
요지는 면세사업은 정부의 특허 덕분이 아니라 기업의 역량과 주변 상황 등으로 인해 성장했고 국제적인 경쟁을 하는 만큼 독과점으로 봐서는 안되는데 국회나 정부가 이를 독과점으로 규정, 불필요한 규제로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참석자들은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도 제시했다. 5년마다 재특허를 받게 돼 있는 현행제도를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계속 사업을 연장해나갈 수 있도록 바꿔주고, 신규특허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정부와 국회는 최근 면세점 제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데, 충분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제도의 후폭풍을 업계에 다시 선사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같은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현행 시내면세점을 독과점으로 봐야하고, 그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다는 등의 다른 의견도 존재한다. 이날 토론자들의 요구대로 제도를 바꾸게 될 경우 면세점 업계가 엄청난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장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히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의 수렴이 필수라는 점이다.
사실 국회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약 3년 이상 늦었다. 적어도 면세점의 특허기간을 5년 이내로 규정한 관세법 개정안의 발의가 이뤄진 2012년 11월 이전에 이같은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홍종학 의원은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 역시 별다른 반대 논리를 펴지 않고 법안 통과에 동의했다.
그 피해는 업체들이 오롯이 받고 있다. 기존 사업권을 잃게된 롯데나 SK네트웍스는 말할 것도 없다. 새로 사업에 뛰어들게 된 업체들도 어찌보면 이 법안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5년 뒤 사업권을 잃을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 직원들도 빼놓을 수 없다. '경제는 심리'라고 했는데 이처럼 불안감에 떨고 있는 면세업계가 향후 얼마나 성장세를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모두 충분한 의견 교환 없이 어영부영 이뤄진 제도의 결과물이다.
찾아보니 이번에 정책세미나를 주최한 이석현·김관영 의원도 당시 면세점을 5년으로 한정한 관세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럼에도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이유를 물어보니 "공론화를 위해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피해도 입고 늦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국회에서 다양한 생각을 듣겠다고 나선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정부도 마찬가지다. 해당 의원실에서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등 해당 정부부처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토론자로 나서는 것을 고사했다고 한다. 토론회 객석에 앉아 날 선 토론을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면 이런 목소리도 꼭 새겨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