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담에 민간 주머니 털어 사업"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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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정부가 최근 잦은 펀드 조성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재정 부담에 국가재정으로 벌일 사업을 민간 주머니를 털어 꾸려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청년희망재단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는 이날 현재 기부 건수 10만 건, 기부금액 1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9월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일시금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로 기부한 이후 약 넉 달 만이다.
박 대통령의 개시 이후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까지 줄줄이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아울러 은행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모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는 연말 '자유무역협정(FTA) 상생기금'에 대한 준조세 논란과 더해지면서 정부의 성금 강요 논란을 낳았다. 재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을 정부가 민간에 그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성금 강요에 그치지 않는다. 정책 중복으로 인해 그렇게 모은 재원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말 2016년 사업계획으로 200억원을 들여 청년 12만5000여명에게 일자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약 6300개 청년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크게 일자리 매칭과 인재 육성으로 구성된 이번 사업계획은 멘토링 서비스나 글로벌 보부상 양성 등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 정부의 기존 일자리 정책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와 관련 청년희망재단 측은 "재단이 수행할 지원사업은 정부의 청년일자리 대책과 차별화되면서, 기존 대책으로 지원받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청년희망재단이 최근 정규직으로 첫 취업자를 배출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다행인데,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기금이 바닥나면 자연스레 재단은 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청년희망재단 측은 모금 추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공익법인인 재단의 일이라는 이유로 청년희망재단과는 이미 담을 쌓은 지 오래다.
고용부 관계자는 "설립 때까지만 관여한다"며 "공익법인으로 설립된 후에는 당연히 재단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정부는 다시 두 개의 펀드를 들고 나왔다. 지난 25일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와 함께 1500억원 규모의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전 등의 에너지공기업에 2조원 규모 신규 펀드 조성 계획을 알렸다.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는 제약·의료기기·화장품 산업, 의료기관 해외 진출 등 보건의료 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진출 특화 투자를, 한전 펀드는 에너지신산업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를 통해, 중소·벤처기업과 민간기업의 사업참여 기회 확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부담 때문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큰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산업부 관계자도 "한전하고 협의해서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팔 비튼다고 하겠나. 한전도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일(27일) 구체적인 사업계획 발표할 계획으로, 공기업 자원을 이용해 21세기 에너지 시대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한전 외에도 민간 대기업 중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돈은 없고, 할 사업은 많다 보니 공기업이나 민간기업 팔 비트는 게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며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말 필요한 건지, 얼마나 필요한 건지 등을 정부에서 진지하게 점검을 하고,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