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오피스 공실률 급등, 고가 주택 가격은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국제 유가 폭락과 중국발 충격이 미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 전반적인 주택 가격 지수는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곳곳에서 균열이 포착되고 있다.
휴스톤을 포함해 석유 산업이 밀집한 지역의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는 한편 고가 맨션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맨해튼 부동산 시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26일(현지시각) 시장 조사 업체 사빌스 스터들리에 따르면 휴스톤의 상업용 오피스 공실률이 지난해 말 기준 23.2%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말 17.8%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국제 유가가 30달러 선을 뚫고 내리는 폭락을 연출한 데 따라 관련 업체들의 사무용 오피스 수요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임대 계약이 끝나지 않은 업체들이 사무실을 비우고 이를 전대리스 하려는 움직임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휴스톤 지역의 전대 리스 공간이 760만 평방피트로, 1년 전 450만 평방피트에서 크게 늘어났다.
드류 모리스 사빌스 스터들리 이사는 “유가 급락으로 인해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제드 레이건 그린스트시트 어드바이저스 애널리스트는 “석유 업계가 하강 기류를 맞으면서 오피스 임대 수요가 급감한 동시에 공급이 대폭 늘어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이중 타격을 맞았다”고 전했다.
상황은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등 석유 산업 의존도가 높은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과잉 유동성에 기대 가격을 끌어올린 그 밖에 부동산 시장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걸쳐 고가 맨션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 호화 시설을 갖춘 고가 주택의 매도 호가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중국발 충격과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 유가 폭락, 여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달러화 강세까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례로, 플로리다의 콘도를 37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하고 매매 가격의 절반을 지불한 콜롬비아 투자자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나머지 절반의 계약금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자들이 투자에 나선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 한편 잠재 투자자들이 주택 매입을 회피하면서 고가 부동산 시장을 불경기로 몰아가고 있다.
로스 앤젤레스에 중국 투자자들을 겨냥, 고가 맨션을 건축한 업체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등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가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 사이클이 종료를 맞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상 최저 금리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 최근 한파를 일으킨 구조적 요인이 단시일 안에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패트릭 칼리슬 파라곤 리얼 에스테이트 애널리스트는 “매물이 쏟아지는데 사겠다고 나서는 이들은 종적을 감췄다”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치솟은 데다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투자 의욕을 꺾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