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연말까진 반드시 반등".. 감산 의지는 안 보여
[뉴스핌=김성수 기자] 국제유가 전망을 놓고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글로벌 유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연말까진 결국 반등할 것이라며 감산에 나서기를 거부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유가가 아직 바닥까지 오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칼리드 알 팔리 회장은 지난 21일 스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 밑으로 떨어진 것이 "비이성적"이라며 "유가가 연말에 필연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5년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다만 팔리 회장은 사우디가 홀로 감산하면서 다른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을 위한 길을 터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결정했던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는 미국 셰일원유 생산이 구조적으로 공급 변동을 불러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우디가 원유 시장에서 구조적으로 생긴 불균형을 바로 잡는 역할을 자처한 적은 없다"며 '나홀로 감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사우디가 생산량을 계속 높게 유지해도 원유 시장은 올해 회복될 것이며, 단기 유가 전망은 "어둡지만" 사우디는 다른 경쟁 산유국보다 현 상황을 잘 헤쳐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우디가 강경한 입장인 가운데 베네수엘라는 저유가에 따른 남미 경기둔화를 우려해 2월 중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회원국 전체의 긴급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베네수엘라의 일로지오 델피노 석유부 장관은 유가가 균형가보다 지나치게 낮아졌다면서 "안타깝지만 모든 산유국들이 투자 삭감과 인력 감축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글로벌 유가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가 30달러 위로 급등했으나 아직 바닥을 딛고 오르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맥그로우 힐 파이낸셜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존 킹스톤 사장은 미국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원유 선물 시장에서 근월물과 원월물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가는 분명히 바닥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원유 선물 시장에선 근월물보다 원월물이 비싼 콘탱고(Contango)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보통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유가가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에스 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롭 하워스 선임 투자 전략가도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유가가 당분간 낮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유가의 진짜 저점은 큰 소릴 내고 오기보다 조용히 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브렌트유와 WTI 연간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33달러 선까지 대폭 하향 조정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