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을 80일 앞둔 어느 날 아빠와 딸의 ‘정치토크’
오는 3월 중학교에 입학하는 딸과 4월 총선을 80일 앞둔 지난 주말(23일)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 반가웠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은 국내 한 종합일간지에서 발행하는 어린이신문의 명예기자다. -로 표시한 부분이 딸, “” 부분이 아빠다.
- 아빠,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거에요?
“글쎄. 왜?”
- 학교에서도, 포털사이트에서도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럼 먼저 정치가 뭔지 생각해보고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것인지 판단해보자. 정치가 뭘까?”
-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정치라고 생각해. 그런데 너도나도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나서면 곤란하니까 국민들이 국가란 체제를 만들어 이를 운영하는 권한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에게 위임, 즉 부여한 거지. 그걸 대의민주주의라고 하고 정치하는 사람들을 위정자라고 부르는 거야.”
- 아하! 그럼 국민의 생명을 지킨다는 뜻은 뭐에요?
“쉽게 말하면 우리 가족의 안전과 건강을 전쟁이나 천재(天災), 인재(人災), 범죄, 질병 등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의미야. 즉 임진왜란 때처럼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면 군인들이 나서서 우리나라의 영토와 영해, 영공을 지켜야겠지. 그래서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군대가 있고 이를 지휘하고 운영하는 정부기관으로 국방부라는 조직이 있는 거야. 전쟁이 나지 않도록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라고 있는 게 외교부고.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같은 조직을 이용해 다른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우리나라를 잘 보호하는 게 바로 정치 중 안보라는 개념이야.”
- 전쟁 말고 사건사고로도 많은 사람이 죽잖아요?
“그렇지. 태풍이나 홍수, 가뭄 같은 천재지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쳐. 또 세월호같이 어처구니없는 인재, 즉 사람의 실수나 고의로 발생한 사고로 많은 학생이 죽기도 하지. 도둑이나 강도, 살인처럼 다른 사람을 해치는 사건도 많아. 이런 사건사고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걸 국가위기관리라고 하고 치안이라고 하는 거야. 이런 기능을 하는 조직이 바로 경찰서고 소방서야.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우리나라를 더 안전하게 하겠다고 국민안전처라는 조직을 만들기도 했단다. 천재지변이나 대형인재가 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불가피한 재해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정치의 역할인 거지. 정부가 세월호 사고나 메르스 사태를 어떻게 예방·대비·대응·복구했는지, 이후 우리나라가 더 안전한 사회가 됐는지를 보고 판단해봐.”
◆ “성장도 잘 시키고 분배도 잘하는 게 정치”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헌법 69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 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다짐했다. |
- 아빠가 아까 국민의 생명 말고 재산을 지키는 것도 정치라고 했잖아요?
“그래. 이번에는 국민의 재산이란 관점에서 정치를 보자. 국민의 재산을 지킨다는 말은 달리 표현하면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거야.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과 서비스를 만들고, 제공하고, 나누고, 소비하는 행위를 경제라고 해. 정치는 바로 이런 경제행위를 통해 국민들의 부가 잘 축적되게 하고 서로 불만이 없도록 골고루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거야. 부를 축적하는 것은 성장이고 나누는 것은 분배란 개념이지. 우리가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나 이웃들이 굶주리고 추위에 떠는 걸 보면 행복하지 않을 거야. 그래서 성장만큼 분배도 중요한 거지.”
- 그러니까 성장도 잘 시키고 분배도 잘하는 게 정치라는 말이죠?
“맞아. 우리나라는 한동안 고속성장을 거듭하다 이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어. 아빠 어렸을 때는 많이 못살았지만 1년에 10%씩 성장하다 보니 일자리도 많았고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불만도 적었지. 지금은 그때보다 잘 살게 됐지만 경제성장률은 2~3%에 불과해. 우리나라가 이미 개발도상국가가 아니라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기 때문에 더 이상 옛날처럼 7%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문제는 한국경제가 1996년 선진국 진입의 관문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놓고도 20년간 독일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과 중국 같은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나아갈 방향을 못잡고 헤매고 있다는 거지.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게 좋을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이 되는 게 좋을까?”
- 당연히 선진국이죠. 지금보다 못 살게 되는 건 싫어요.
“그렇지. 그런데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해. 그러려면 글로벌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우리나라가 어떤 산업을 선택하고 집중해서 다른 나라보다 경쟁력을 가질 것인지,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 성장동력은 과연 무엇이 될지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고 투자해서 지금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사회에 나올 때 필요한 좋은 일자리를 줄 수 있어야 해. 요컨대 국가의 내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정치가 하는 중요한 역할이라는 말이야.”
- 성장이 중요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럼 분배는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압축 고속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졌어. 게다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나눠 먹을 파이가 없어지니 부익부빈익빈,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지. 아까 얘기했듯이 아무리 성장을 많이 해도 분배가 잘못되면 국민들이 행복할 수 없어. 불만 있는 사람이 많으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불신은 커지게 마련이야. 그럼 정치를 잘 못하는 거지. 사회갈등조정이라는 기능인데 굉장히 중요한 정치의 역할이야. 국민의 4대 의무 중에는 ‘납세의 의무’라는 게 있는데 바로 세금을 잘 내는 거야. 국가는 바로 이 세금을 거두고 쓰는 조세와 재정정책을 통해 부의 재분배 기능을 수행해. 즉 많이 버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많이 걷고, 조금 벌거나 못 버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걷지 않거나 오히려 생활비를 줘서 지나치게 빈부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분배정책의 핵심이야. 이런 기능을 수행하라고 만든 정부조직이 바로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같은 곳이야.”
◆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키는 나라가 선진국”
- 그럼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선진국을 분류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야. 단순하게 국민소득이 얼마인지를 갖고 정하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산업구조나 문화수준, 국민들의 만족도 등을 기준으로 정하는 방법이 더 일반적이지. 어떤 대통령은 ‘747(7% 경제성장, 국민소득4만달러 진입, 세계 7위권의 경제대국)’이라는 숫자를 국정목표로 제시했지만 국민소득이 4만달러가 넘는 나라 중에도 선진국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나라가 많아. 아빠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키는, 정치를 잘하는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해.”
- 근데 어떤 기준 없이 무조건적으로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정치인은 연예인과 비슷한 점이 많아. 어떤 아이돌이 아무리 인기가 좋다고 해도 누군가는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선호도가 달라지듯이 정치인에 대한 평가도 그래. 특히 정치는 내가 태어난 시대나 지역, 직업,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경제적 계급 등에 따라 이해관계와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어. 밥그릇이 이성보다 앞서는 경우도 많고. 박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이제 딸이 판단할 수 있겠지?”
- 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선임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