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전현무가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JTBC 예능프로그램 ‘헌집줄게 새집다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뉴스핌=양진영 기자] 방송인 전현무, 시상식 무대만 오르면 논란의 주인공이다. 전문 MC로서 자질 논란까지 불거진 가운데, 일명 '센 멘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때다.
지난 연말 강호동부터 올 초 하니까지, 그의 말에 적잖은 사람들이 웃고 울었다. 전현무는 프리선언 후 현재 SM C&C 소속. 전문 MC인 그는 공중파와 케이블, 종편 프로그램 등에서 전방위 활약 중이다. 지난 연말에는 공중파 3사 시상식에서 모두 볼 수 있는 반가운 얼굴이 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유독 시상식에서 전현무의 멘트는 예기치 못한 소동을 일으켰다. 전현무는 연말 2015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였던 강호동에게 면박을 줬고, 지난주 '서울가요대상'에서는 EXID 하니를 울게 했다. 그의 발언 수위와 하니의 대응 등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으나 중요한 건 '죄없는 피해자'의 상처다.
◆ 전현무 발언 수위, 불편한 사람이 문제? 강호동-하니는 무엇을 잘못했나
지난해 12월30일 방송된 2015 SBS 연예대상 MC를 맡은 전현무는 대상 후보 강호동 인터뷰 중 “올해 어떤 활약을 하셨죠?”라며 대놓고 면박을 줬다. 강호동의 “(긴장해서)손에 땀이 난다”는 말에는 “그건 살이 쪄서 그렇다”고 두 차례나 막말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한국방문의 해 기념 제25회 하이원 서울가요대상'이 열렸다. MC로는 전현무, 이하늬, EXID 하니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전현무는 하니에게 열애 사실이 공개된 연인 JYJ 김준수를 언급하며 "준수하다"고 말했다. 당황한 하니는 급기야 현장에서 눈물을 보였다.
병신년 첫날 열애 사실을 인정한 JYJ 김준수(왼쪽)와 EXID 하니 <사진=뉴스핌DB> |
뒤늦게 전현무는 강호동 건과 관련해 SNS로 사과를 하며 자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하니에게도 따로 사과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현무의 하니 실언 이후 온라인에서는 전현무의 배려없는 멘트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다른 MC들도 저 정도는 한다" "하니가 조금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반응도 일부 올라왔다.
안타까운 것은 전현무의 발언으로 불쾌함을 겪은 건 하니와 강호동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라는 점.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은 강호동과 하니는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강호동이 부진한 결과를 낸 것도, 살이 찐 것도 죄가 아니다. 하니의 열애 사실도, 그것이 언론 보도로 공개된 점도, 하니가 전현무의 멘트에 당황해 눈물을 보인 것도 잘못이 아니다. 잘못은 하니의 열애와 강호동의 부진이 흥미 거리나 재미 소재로 쓰일 수 있다는 판단 뿐이다.
◆ '전문 MC' 인력 쏠림 현상 탓? 이름값보다 중요한 '말의 힘'
전현무의 실언은 유난히 시상식 무대에서 잦은 편.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시상식과 그가 잘 맞지 않는다는 단순한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그의 멘트에 실시간으로 상처받는 당사자도 역시 생방송 중이다. 어떤 반응을 해야할지, 불쾌감을 드러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쯤되면 '왜 꼭 전현무여야 하느냐'로 논쟁이 확대된다. 정말로 전현무가 시상식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 상기해볼 때다. 숱한 남녀 전문 아나운서들이 속속 프리 선언을 한 가운데,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이 KBS 출신 전현무와 MBC 출신 김성주에게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을 방송계에서 모르는 이는 없다. 이렇게 얻은 유명세 덕에 시상식에서도 단골 MC로 서게 된 상황이다.
방송인 유재석, 전현무, 박명수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5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특히 전현무의 시상식 멘트의 심각성을 대중이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는 이유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전현무의 "이 정도 수위의 멘트는 흔하다" "저정도 드립도 못치면 박명수 김구라 신동엽 은퇴각"이라는 논리를 펴기까지 했다.
전현무가 아니라도 이미 사생활이 노출 된 상대, 상대적 약자를 공격해 재미를 주는 방식은 누구에게도 건강한 웃음이 아니다. 전현무를 비롯해 메이저 전문 MC들이 이런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언제든 논란이 터질 여지를 안고 가는 셈이다. 전현무라 안되고, 김구라는 된다는 식이 아니다. '깎아 내리기' '후려치기'를 하지 않고도 재치를 겸비할 수 있는 새로운 MC의 등장이 시급하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