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라인 베트남 이전 이슈된 광주를 가다
[광주광역시=뉴스핌 김겨레 기자]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김치냉장고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키로 하면서, 광주지역에선 공장이전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지역 협력업체들의 매출이 최대 40%까지 감소하고 내년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역언론을 통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 2공장 일부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공식화한 후, 지난 15일 기자가 찾은 광주광역시는 생각보다는 차분했다. 이번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높았다.
현지에서 기자와 만난 박시현 광주상공회의소 기획진흥부 과장은 "지역에선 작년 재작년에도 (삼성이) 2015년 나간다 2016년 나간다 계속 말이 있었다"면서 "협력업체도 알고 있었고, 발표가 지금 됐을 뿐"이라고 지역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김정훈 광주경영자총협회 전남지방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도 "지역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흘러갈텐데 삼성이라고 빼고 싶겠나. 고임금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이 없으니까 베트남으로 나가는 거 아니겠느냐"면서 "공장 이전은 서서히 진행돼왔다"고 말했다.
생산라인 일부 베트남으로 이전키로 결정된 광주 삼성전자 그린시티 2캠퍼스(삼성전자 광주 2공장). <사진=김겨레 기자> |
김치냉장고 생산라인의 베트남 이전보단 삼성전자가 추가적으로 공장 라인을 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사회를 엄습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측이 광주사업장의 고용과 생산량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현지 분위기는 불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 남은 설비마저 해외로 떠날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광주지역에서 생산설비 해외이전 움직임은 5~6년 전부터 쭉 이어져 왔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의 세탁기 일부 생산라인을 멕시코로 옮겼다가 국내로 가져와 다시 중국으로 옮겼다. 지난 2013년에는 청소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지난 2013년~2014년에는 생산설비 해외이전 뿐 아니라 냉장고 연구원과 청소기 연구원 등 연구인력이 대거 수도권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박동희 광주시청 미래산업정책관은 "베트남에 신설되는 공장에는 중국 물량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면서 "내년, 내후년에 광주에서 또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년여에 걸쳐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생산라인 일부가 해외로 나간 반면 반면 베트남 공장에는 3조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면서 광주 가전산업이 동력을 잃었다고 지역민들은 주장했다.
이번에 베트남으로 옮겨가는 김치냉장고 라인이 있던 2공장(삼성전자 그린시티 2캠퍼스)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중인 한 상인(50대 여)은 "공장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든 지 몇 년 됐다"며 "야근도 없고, 출장 온 사람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도 이제는 잘 안보인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광주시와 지역사회는 생산라인의 추가 이전만은 막자는 분위기다. 가전 관련 중견기업 유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묘안은 없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의 부상과 저성장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생산비를 절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기 때문.
현재 광주시는 삼성전자에 향후 이전 계획에 따른 고용과 생산량 변화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또 이번 생산라인 이전으로 인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삼성전자의 헬스케어나 전장사업 등 신사업 유치를 요구했다. 다만 지역 경제단체 조차 신사업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박시현 광주상공회의소 과장은 "요즘은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려면 세제혜택으로는 안된다"며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은 커녕 이번 일로 피곤한 동네로 인식돼버릴까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그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협력업체 살 길을 만들어줬으면"이라며 "삼성전자가 관련업체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업종전환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에선 50여 곳의 업체가 삼성전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있다. 2차, 3차 관련 업체까지 감안하면 100여 곳이 넘는다. 서서히 지역경제가 침체된 만큼, 노사갈등이나 협력업체의 갑작스러운 자금난이 감지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협력업체들의 매출이 줄고 자금난을 겪을 것을 대비해 광주시는 경영안정자금 확대 등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