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태양광 투자 발표로 거리 곳곳 ‘고마워요 LG'
[구미=뉴스핌 황세준 기자] LG전자가 대규모 태양광 증설계획을 발표하자 구미 지역은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하다. 거리 곳곳에는 ‘고마워요 LG' 물결로 넘쳐났다.
지난 15일, KTX 김천구미역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리자 거리 곳곳에 익숙한 붉은 색깔의 현수막이 나부꼈다. 가로수ㆍ가로등 마다 내걸린 현수막에는 ‘세계 최고의 태양광모듈 구미 신규투자 환영’ ‘LG전자 대규모 구미투자 감사’ 등 LG전자의 태양광 투자를 환영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LG전자 공장 근처 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도 동일한 현수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미상공회의소 벽면에는 아예 대형 현수막이 따로 붙었다. 그야말로 ‘LG 물결’로 뒤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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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상공회의소 앞 대로변에 LG전자 태양광 투자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황세준 기자> |
뿐만 아니라 구미지역에서 ‘LG’라는 단어는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구미상공회의소 로비의 LCD TV는 LG전자가 기증한 것이었다. 한 건물 화장실에는 세면대 앞에 LG전자의 무선청소기 제품 박스를 깔아 놓은 모습도 포착됐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LG 베스트샵’도 두 개나 눈에 띄었다. 회사측에 따르면 구미지역에는 총 5개의 LG 베스트샵을 운영 중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보다 1개 많다. 경북 지역에서 대구광역시를 제외하고는 구미시에 LG 베스트샵이 가장 많다.
구미시 인구는 42만명이다. 기자가 거주하는 안양시 인구가 60만명인데 LG베스트샵이 4개밖에 없다. 구미에서 LG전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했다.
취재 당일 서울에서는 LG전자의 투자 발표에 앞서 가전 생산설비 철수로 인해 지역 경제 전반에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으나 현지 사정은 달랐다.
현지에서 만난 서성묵 LG전자 노동조합 구미지부장은 “설비 이전은 금시초문”이라며 “서울에서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설비 뺄 회사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2014년 11월 30일자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 생산을 중단한 것이 뒤늦게 이슈가 되는 상황도 아니라고 했다. 서 지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LG가 PDP TV 사업을 가장 늦게 접었고 해당 라인 근무자들은 이미 전환배치 돼서 잘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현재 고효율 태양광 생산라인 8개를 보유한 구미 사업장에 2018년 상반기까지 5272억원을 투자해 생산라인 6개를 증설, 총 14개의 생산라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번 투자로 870명을 신규 채용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지난해 7월 LG디스플레이가 1조5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폰용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데 이어 LG전자의 대규모 투자가 결정된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과거 국가 수출액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던 구미산단이 현재 침체기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구미산단의 수출액은 273억달러(잠정)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하며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역대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구미산단 기업들은 본사와 연구 기능을 대부분 수도권으로 옮기고 생산 기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 생산 무게중심을 일찌감치 구미에서 베트남으로 옮겼다. 부품을 공급하던 협력업체들은 현재 베트남으로 동반 진출했거나 구미에서 베트남으로 부품을 보내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LG전자의 이번 투자는 침체된 구미산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협력업체의 하도급 물량증가, 고용창출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LG전자와 구미산단과의 인연은 올해로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5년 구미산단에 입주하면서 국내 생산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초석을 놨다. 1977년에는 박 대통령이 구미공장을 직접 시찰하기도 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LG가 투자를 많이 해 주니까 (시에서) 현수막도 붙이고 한 것”이라며 “LG전자가 PDP 생산을 과거에 접긴 했으나 지역 입장에서 봤을 때는 솔라(태양광) 사업 투자는 반길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상의 관계자는 아울러 “지난 2012년 구미산단 내 불산 누출사고 발생 이후 인근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거 이직했다. 어떤 업체는 전체 근로자의 40%가 나갔다”며 “인근에 만약 삼성전자같은 대기업 사업장이 있어 일감이 보장됐더라도 이직을 했겠는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전했다.
다만,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내수경기 활성화로 잡고 수도권을 포함한 규제완화 정책을 밝히면서 설비 해외이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기업운영을 우려하는 불안감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구미상공회의소와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공동주최 세미나에서는 구미공단 주력산업인 전자·통신장비업의 총 생산액이 10% 감소할 경우 2만7000여명 일자리를 잃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지방에서는 기존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만큼 먼저 선 지방 경제 활성화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