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승소 이끈 장본인…삼성-가족위 모두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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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연순 기자] # 1년 전인 2015년 1월16일.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 인권단체 반올림은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전자 사업장 백혈병 조정위원회 주재로 직업병 협상 2차 조정을 가졌다. 각 측은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 대책이 포함된 안을 공개된 자리에서 발표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지난 12일 삼성전자 사업장 백혈병 조정위원회는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과 재해 예방대책에 합의하고 서명했다. 이틀뒤인 14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이 송창호 가족위 대표 등을 만나 사과문을 전달하며 위로의 뜻을 표명했다.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된 백혈병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8년여 만에 사실상 타결됐다.
2차 조정 당시 가족대책위 법률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협상) 진전이 안되다가 드디어 조정위가 나오고 3자가 모두 참석해 실질적 제안 내용을 가지고 논의하게 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힌 지 1년 만이다.
박상훈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홈페이지> |
8년여 만의 (백혈병 분쟁) 극적인 합의의 숨은 주역으로 박상훈 변호사가 꼽히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11년 삼성 백혈병 관련 두 건의 산재 소송을 승소로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박 변호사는 백혈병으로 사망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근로자 2명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산업재해 소송을 무료 변론해 왔던 박 변호사는 이후 반올림의 법률대리인으로 삼성전자와 협상을 하다가, 반올림이 법률대리인에서 제외했으나 가족대책위의 법률대리인을 맡아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하며 협상 타결을 지켜봤다.
삼성 백혈병 문제 해결의 중심에 박 변호사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사 출신인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다. 지난 2008년 "불법 파견근로자도 2년 이상 근무했다면 직접 고용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박 변호사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삼성 백혈병 피해자들에 대한 무료변호를 자청해 맡았다. 그러나 반올림이 공익법인을 설립해 삼성전자 연 순익의 0.05% 출연을 요구하는등 무리한 요구를 하자 박 변호사가 피해가족들에 대한 보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올림은 그를 대리인에서 배제했지만 박 변호사는 백혈병 피해 가족들에 대한 무료자문을 계속했다. 그의 진심을 느낀 피해자 가족들은 가족대책위의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 피해자 가족들이 처음에는 삼성에 대한 반감이 심해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삼성과의 대화에 나선데는 박 변호사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송창호 가족대책위 대표는 "(박상훈 변호사는) 8년여간 무료변론을 통해 협상 과정에서 역할을 많이 했다"면서 "(백혈병)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족위에 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도 박 변호사가 사태해결을 위해 진정성있게 양측 입장의 대화를 이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박 변호사가 초기 법원 심리 때 백혈병 피해 근로자들의 입장을 호소하면서도 삼성에 대해 악의적인 발언은 일체 하지 않았고, 이후 조정 과정에서도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에 집중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외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박 변호사는 삼성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합리적인 논리와 태도를 바탕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며 "협상 파트너였지만 존경할만한 분"이라고 밝혔다.
박상훈 변호사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가족대책위에 대한 사과 직후 "예방은 완전히 합의됐고 보상도 99% 완료된 상태에서 오늘 피해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가족대책위가 사과문을 받게 됐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가족대책위는 반올림과 함께 협상대표로 참여하던 8명 가운데 6명의 발병자와 유가족이 독립해 구성한 단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보상 신청자는 모두 150여 명이고 보상에 합의해 보상금을 수령한 사람은 100명을 넘어섰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