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독립기구 옴부즈맨위원회 설립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전자가 백혈병 분쟁 재발 방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 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등과 함께 '재해예방 대책'에 관한 최종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에 따르면 합의서에는 반도체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외부 독립기구인 '옴부즈맨위원회'를 설립하고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옴부즈맨위원회 위원장은 이철수 서울대 법학과 교수가 맡는다.
옴부즈맨위원회는 위원장과 위원 2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장이 위원들을 선임한다. 이들은 독립적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근로환경과 직업병의 인과관계를 확인·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종합진단과 환경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조사를 거쳐 건강검사 체제 개선과 건강증진대책에 대한 사항을 삼성전자측에 요구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는 내부 보건관리팀의 조직과 규모 역할을 강화해 직업병 발병 예방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건강지킴이 센터도 신설해 운영한다. 건강연구소를 통해 보상 및 연구 활동도 진행한다.
앞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지난 1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조정 3의제 중 '재해예방대책' 문제와 관련해 조정 3주체 사이에 원만한 조정 합의가 성립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의 조정 3의제는 사과, 보상, 재해예방대책인데 이중에서 재해예방 대책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것.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기흥 반도체공장 근로자 황유미 씨가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황 씨의 부친인 황상기씨가 산재인정을 위한 법정싸움을 벌이면서 같은 해 11월 반올림이 결성됐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6년 뒤인 지난 2013년 12월 첫 협상을 시작했다. 2014년 5월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피해 노동자들에게 사과의사를 밝히면서 사태 해결을 모색했다.
권 부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올림 소속 8명의 피해자 가족 중 6명이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별도로 꾸려 나가면서 협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대위-반올림 등 3개 주체를 합의를 도출할 조정위가 활동을 시작했다. 조정위는 지난해 7월 1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설립을 골자로 한 제 1차 조정권고안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백혈병 보상위원회를 발족해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및 협력업체 퇴직자 150여 명이 보상을 신청한 가운데 이 중 지금까지 100명 넘는 인원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사과와 보상 작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로 지난 8년간 끌어온 백혈병 문제가 사실상 타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반올림은 공식 카페 공지를 통해 나머지 두 의제인 '사과', '보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 불씨는 당분간 남을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