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기자단과 첫 만남, 미래 비전보다 '경쟁사 반대' 만 외쳐
[뉴스핌=심지혜 기자] "낡은 관행과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근본적인 변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겠다"며 '선태사해(蟬蛻蛇解)'로 신년을 시작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기자들과의 신년 만남도 여느 회사 대표들과는 달리 고정관념을 깬 자리로 마련했다.
많은 신임 대표들이 먼 단상에서 마이크를 들고 수려한 말로 미래 비전을 발표하다 기자들로부터 질문 몇 개 받고 사라지는 형식적인 자리로 첫 데뷔전을 치루지만 그는 바닥에 앉아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가깝게 호흡하며 삽겹살에 소주를 기울이는 자리를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다른 대표들보다 '인간적이다', '털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첫 데뷔전은 그동한 지리하게 반복됐던 경쟁사 발목잡기에 그쳤다. LG유플러스를 향한 그의 1등 비전은 들리지 않았다.
그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한다"고 밝혔고 결국 이날의 화두는 LG유플러스가 주인공이 아닌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돼 버렸다.
권 부회장은 취임 후 줄곧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게서 1등 DNA를 찾아 1등 신화를 만들겠다"고 외치며 "선택과 집중으로 철저하게 준비해 강한 실행력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1등 신화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꿈으로 어떤 난관이든 자신있게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던 그였다. 하지만 이날 술자리의 화두는 '미래'라는 긍정보다 '반대'라는 부정이었다.
고기 한 점을 나누고 소주잔을 부딪치며 "기존 것을 벗겨 내는 것이 고통스럽고 위기가 계속되지만 더 높은 목표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강하게 돌파해 우리가 꿈꾸는 1등을 반드시 이루겠다, 잘 부탁한다"고 외쳤다면 더욱 감동스럽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LG유플러스 측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었다"고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뉴스핌 Newspim] 심지혜 기자 (sj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