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치 상향 대비 하향 조정 2009년 이후 최대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기업의 이익 전망이 미국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악화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바닥을 찾지 못하는 국제 유가 하락과 상품시장의 동반 약세, 여기에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등 기업 수익성을 사방에서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15일(현지시각) 씨티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의 애널리스트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상향 조정을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씨티그룹이 집계하는 글로벌 기업 이익 전망치 수정 지수는 최근 마이너스 0.5에 근접하고 있다. 지수가 0에서 아래로 기울수록 이익 상향 조정보다 하향 조정이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6월 이후 전세계 증시에서 14조달러에 이르는 시가총액이 증발, 2년간의 차익을 모두 반납한 가운데 투자 심리를 더욱 흐리게 하는 지표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 기업 이익 전망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랄프 짐머맨 방코스 램프 전략가는 “올해와 내년 기업 이익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다”며 “글로벌 경제가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고 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지만 이익 전망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기 둔화가 중국에 제한된 사안이 아니며, 전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두드러진다”며 “방어주 섹터 조차 극심한 하락 압박을 받고 있어 투자자들이 몸을 피할 곳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의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3.3%로 후퇴했다. 더블라인 캐피탈의 제프리 군드라흐 대표의 경우 올해 세계 경제가 1.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 2009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4분기 어닝시즌 역시 투자자들에게 매수 근거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JP모간은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 이익이 6.7% 줄어드는 한편 유럽 기업 역시 지난해 연간 이익 증가 폭이 2.7%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럽 경제가 회복 신호를 보냈고, 기업 이익 역시 상대적인 호조를 보였지만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어 올해 수익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후퇴하는 상황이다.
투자 심리 냉각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두드러진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글로벌 주식 펀드에서 12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사이에 ‘팔자’가 봇물을 이룬 데 따라 MSCI 세계지수는 2013년 8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스튜어트 리처드슨 RMG 웰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전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올해 연간 이익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중국과 미국 경제의 둔화는 이견의 여지가 없고, 유럽이 회복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6~12개월 이후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