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일시적 유동성 부족"... 조선·건설업 불투명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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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희준 한기진 기자] 한진중공업의 '자율협약' 개시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 있지는 않다는 게 금융당국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판단이지만, 채권단 수가 많은 데다 금융권은 회사의 주력사업인 조선과 건설업 전망에 대해 회의적이다 .
<자료=한투증권> 익스포져=대출+RG+기타 |
한진중공업은 7일 산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하는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소집, 자율협약 개시에 대해 논의한다. 자율협약 개시는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일단 한진중공업을 일시적 유동성 부족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구조조적으로 위기 상황은 아니다"라며 "은행권 여신이 많지만 조금만 도와주면 되기 때문에 합의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한진중공업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져(채권+선수금지급보증(RG), 기타)는 1조4000억원으로 은행권이 1조3000억원, 비은행권이 850억원으로 파악된다. 은행권에서는 특수은행이 8233억원, 시중은행 4629억원, 지방은행 400억원으로 순이다.
산은은 현재 한진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부산 영도 조선소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는 상황이 좋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건설 부문도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치는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한진중공업이지만, 지난해 3분기(별도) 영업이익은 4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303%로 현대중공업(234%)보다 높지만, 삼성중공업(318%)과 대우조선(1799%)보다 낮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채권단과 논의해봐야 하지만 영업 부분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담보력이 있어 추가 지원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신중한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충당금 부담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충당금 부담이 크다"며 "한진중공업은 운영자금 2000억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보다 휠씬 많은 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통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해당기업 채권은 '정상'에서 한단계 낮은 '요주의'로 분류돼 충당금을 7~19%를 쌓아야 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상황 파악이 안 됐다. 은행 입장도 있기 때문에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충당금 탓에 지난해에도 순익목표를 달성하지 못 했다.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 이후 3년 연속 순익 목표 달성 실패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도 "자산이 많이 있고 처분하면 상환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낮은단계의 워크아웃이라도 자율협약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업이 금세 부실해지기 쉽다"며 "실사 결과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율도부지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열심히 자구노력을 해왔지만, 실물경기 침체로 자산매각이 삐걱거리고 있다"며 "1금융권이 많아 자율협약을 하는 데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STX조선에서 시중은행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우리, 신한, 하나 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최근 조선업에 대한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손을 털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