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중국 경기둔화 부담 여전할 듯
[뉴스핌=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강달러 움직임이 새로운 모멘텀을 얻게 되면서 상품선물시장이 내년에도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자 금융전문지 배런스(Barron's)와 투자전문 일간지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IBD)는 달러 강세가 상품선물시장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며 내년 말까지 가격 반등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올 한해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10% 가까이 오르는 동안 경유, 천연가스, 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각각 40%, 39%, 34%씩 밀렸다.
슈퍼 달러와 더불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공급과잉 상황, 부진한 글로벌 수요 문제까지 겹치며 구리, 옥수수, 금, 석탄, 대두, 가축 등 다양한 국제상품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이어갔다.
달러지수 vs. 상품지수(CRB) 1년 추이 비교 <출처=마켓워치> |
전문가들은 나머지 주요 국가들에 비해 회복세가 견실한 미국 경제와 연준의 긴축 기조, 미국 의회 예산안 통과 등의 소식은 모두 달러 추가 강세에 힘을 싣는다고 평가했다.
내년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해서는 다소 시각차가 존재하지만 긴축 흐름이 지속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이달 공개된 연준 점도표에 따른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1.25~1.5%이며 유로달러 선물시장에서 나타난 전문가들의 금리 전망치는 1% 정도로 2차례 정도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달러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17년까지 달러가 14%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점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역시 달러 추가 강세를 예견했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만은 지난 주말 의회를 통과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서명을 앞두고 있는 내년 예산안이 타이트하지 않은 점을 가리키며 "대개 재정 완화책과 통화 긴축 정책이 맞물릴 때 해당국 통화에는 가장 큰 지지가 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상품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도 내년 말까지는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어서 상품 가격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IBD는 펀더멘털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DTN 선임 애널리스트 다린 뉴섬은 "기술적으로 원자재가 과매도 상태이며 펀더멘털 차원에서는 공급과잉 상태"라고 지적했다. TD증권 상품전략 대표 바트 멜렉은 금속 상품 중에서 아연이나 니켈의 경우 공급 부족 상태지만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상황과 관련해 상품 선물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중국이다.
중국은 2000년대 원자재 가격 상승을 견인한 일등공신으로 평가 받아왔지만 성장동력을 제조업에서 서비스 쪽으로 옮기면서부터는 상품 수요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 경기 둔화 우려까지 겹쳐 전망은 더 암울하다.
키방크 캐피탈마켓츠 애널리스트 필립 깁스는 "중국의 상품 수요가 회복될 것 같지 않다"며 "철강 수요도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철강 제조업체 전반이 대대적인 재편 작업을 앞두고 있고 이런 분위기는 철광석이나 제철용 유연탄 등 관련 산업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중국의 중산층이 늘고 이들의 식습관 개선, 더 나은 주택에 대한 수요 등으로 옥수수에서부터 구리, 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부문에서 수요가 더 강력해질 수는 있겠지만 당장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EAM 파트너스 어드바이저 빅토르 스페란데오는 "중국이 원자재 매수를 언제 재개할지가 상품시장의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이라며 "다만 중국 경제 둔화세가 내년 중에는 멈추고 성장 및 상품 매수세도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