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한은 “우리경제 영향 크지 않다”..중국등 신흥국 여건+외인 자금유출 주목
[뉴스핌=김남현 기자] 미국 연준(Fed)이 7년만에 제로금리를 벗어나는 금리인상을 단행했음에도 국내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다. 연내 인상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다는 점에서 불확실성 해소 차원의 안도랠리를 보이는 분위기였다. 당국자들도 우리경제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불안감을 떨치기엔 이른감도 있어 보인다. 달러/원 환율은 상승마감했고, 채권시장에서도 현물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가 이어졌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며 장중한때 하락반전하는 모습이었다.
◆ 달러/원 역송금에 상승, 채권·스왑 안도랠리, 코스피 상승
17일 국내 금융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전일 대비 3.9원 상승한 1180.10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0.7원 떨어진 1175.50원에 출발해 한때 1173.5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상승세는 연준 금리인상에 따른 우려 보다는 주식관련 역송금으로 추정되는 수요 등 수급적 측면이 강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연준 인상에 따른 영향력은 제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이미 있었다. 이에 따른 충격은 아니다”면서 “주식관련 역송금 등 수급요인에 따라 달러/원이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달러 강세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달러/원이 1190원까지 타진할 수는 있겠지만 빠르게 오르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채권과 이자율스왑(IRS) 시장에서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단기물보다는 장기물 금리가 더 떨어져 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평탄화(플래트닝)됐다. 국고3년물이 2.2bp(1bp=0.01%포인트) 내린 1.726%를, 국고10년물이 5.6bp 떨어진 2.162%를 기록했다. IRS 3년물은 2bp 하락한 1.698%를, 10년물은 3.7bp 내려 1.988%를 기록했다. IRS 10년물이 1%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5일 1.990% 이후 한 달 10여일만에 처음이다.
국채선물시장에서는 3월만기 3년과 10년 국채선물이 각각 9틱과 53틱씩 올랐다. 각각 109.39와 125.33으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외국인은 채권현물시장에서는 매도, 선물시장에서는 매수하는 모습이었다. 외인은 채권현물을 188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이틀 연속 매도했다. 반면 3년선물은 1172계약(1281억5600만원)을, 10년선물은 914계약(1143억6800만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3년선물은 9거래일 연속, 10년선물은 사흘만에 매수세를 보였다.
외화자금사정을 보여주는 통화스왑(CRS)과 FX스왑시장에서는 CRS금리가 오르고 FX스왑포인트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달러자금에 여유가 있을 경우 CRS금리와 FX스왑포인트가 상승하는게 통상적 움직임이다.
CRS는 1년물이 2.5bp 상승한 1.275%를 기록했고, 여타 구간에서는 2bp씩 올랐다. 3년물의 경우 1.255%로 거래를 마쳤다. 6개월 FX스왑은 전일과 같은 3원70전에 마감했다. 다만 1개월물 FX스왑은 10전 떨어진 80전을 기록하며 6월30일(80전) 이후 5개월20여일만에 가장 낮았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연준 불확실성 해소에 따라 기다리고 있던 매수세가 일부 유입됐다. 연말을 앞둔 윈도우 드레싱성 매수세 유입도 있었다”며 “외국인 매도가 있었지만 단기물 위주 매도라 시장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큰 의미는 없는 듯 하다”고 전했다.
외국계은행의 채권스왑딜러는 “선반영된 측면이 있었던 데다 향후 중국 쪽 재료와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에 채권과 스왑시장 모두 커브 플래트닝을 보였다. IRS시장에서는 리시브(고정금리 수취)로 이익실현이 나왔다”며 “CRS금리는 보험사 등에서 미 금리상승에 대비해 미리 움직였던 것이 마무리되면서 상승했다. FX스왑도 장중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스피도 전일대비 8.56포인트(0.43%) 상승한 1977.96으로 거래를 마치며 사흘연속 상승했다. 다만 외국인은 656억원 순매도해 12거래일째 매도세를 이어갔다.
◆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중국 등 대외변수와 외인 자금유출 주목
정부 당국자들이나 시장관계자들은 미 연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 금리인상은) 예상됐던대로다. 25bp(1bp=0.01%포인트) 인상과 점진적으로 간다고 했다. (해외) 시장반응도 주가는 오르고 금리는 안정적이었다. 이정도 시장 반응을 보면 국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도 이날 아침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는 자리에서 “이번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상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동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자산분석실장 역시 “대부분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였다”고 평했다.
다만 미 연준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와 중국등 신흥국시장 움직임, 외국인 자금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필요시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거시건전성 3종 세트란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포지션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말하는 것으로 지난 10일 당정협의에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었다.
<자료=금융감독원> |
실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1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을 보면 외국인은 상장주식을 1조2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인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내리 4개월간 주식과 채권을 내다팔기도 했다. 같은기간 주식에서는 8조4160억원을, 채권에서는 4조3320억원을 각각 순매도한 바 있다.
이 총재는 “국내 여건은 외환건전성이나 외채구조 등을 보면 안정적”이라면서도 “미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중국과 유가 등 복합적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차관도 “관계부처 합동 점검체제를 격상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상황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남현 기자 (kimnh21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