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부터 부동산시장까지 '초긴장'
[뉴스핌=황숙혜 뉴욕 특파원]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지만 금융시장은 초긴장 상태다.
장기적인 제로 금리와 비전통적 통화완화 정책에 잊고 있었던 신용 리스크와 디폴트에 대한 기억이 투자자들의 뇌리에서 되살아난 한편 일부에서는 2008년 금융시스템 위기의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정크본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 규모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고,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이후 달러화 향방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방준비제도 회의 현장 <출처=신화/뉴시스> |
15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최하위에 해당하는 CCC 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17% 선까지 뛰었다. 올해 하이일드 본드는 연간 기준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손실을 낼 전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투기등급 기업들의 과거 12개월 이익 대비 부채 부담이 6.9배로 상승했다. 이는 1998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에너지 섹터를 제외한 부채 부담 역시 2001년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값싼 유동성의 잔치가 종료를 맞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투자자들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놓고 노심초사하는 표정이다.
데이비드 테셔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애널리스트는 “신용 리스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년간 기존 회사채의 차환발행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니 바하 더블라인 캐피탈 선진국 신용 헤드는 “투자자들 사이에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났다”며 “최근 정크본드의 공격적인 매도가 이를 드러내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회사채 디폴트가 상승하고 있고, 리스크가 광산 섹터를 포함한 다른 섹터로 번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크본드 관련 ETF의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로 뛴 한편 리스크 헤지 비용이 1년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지난달부터 채권시장의 유동성 마비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이 트레이더들의 얘기다. 최근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정크본드의 신규 매입을 지양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채시장도 연준의 회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금리인상 가능성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날 장중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이 0.976%까지 상승해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채 수익률 역시 가파른 상승 흐름을 탔다.
달러화도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여부를 놓고 투자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상승 베팅이 우세한 상황이다.
이날 장중 달러 인덱스가 0.4% 내외로 상승했고,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는 탄탄한 오름세를 나타냈다.
마샬 기틀러 FX프리무스 리서치 헤드는 “문제는 앞으로 연준의 긴축 속도”라며 “16일 회의 결과를 통해 투자자들이 가장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8~10일 47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8명의 투자가들이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내년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8명의 이코노미스트는 현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내다봤고, 모기지 금리 하락을 예상한 투자가는 1명에 불과했다.
이와 별개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기준 3.95%를 기록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내년 말 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말까지 장기 모기지 금리가 10년 평균치인 4.87%에 근접할 것이라는 얘기다.
모기지 금리 상승은 주택 투자 의욕을 꺾어놓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집값 상승이 주춤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