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리 "평화롭게 번영하는 나라 만드는 것이 우리들 몫"
[뉴스핌=정탁윤 기자] 9선 국회의원의 마지막 등원 날, 하늘에선 하염 없는 눈발이 휘날렸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됐다. '민주화의 거산', '문민 대통령'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눈발을 뚫고 영면에 들어갔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 참으로 참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사모하던 하나님의 품안에서 부디 안식하소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의 추모사다. 김 전 의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다 말미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를 비롯한 참석자들도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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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故 김영삼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2일 0시 22분경 폐혈증과 급성심부전으로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향년 88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그는 "지난 닷새의 장례기간 빈소를 지키면서 금방이라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문객 사이에 끼어 앉아 격의 없는 대화를 함께 나누시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해 보기도 했다"며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 저 건너편에서 "나, 김영삼인데요"하는 대통령님의 음성이 바로 들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흐느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조사를 통해 "고인의 염원인 '평화롭고 자유롭게 번영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을 주관하는 장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황 총리는 "더욱 자랑스럽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가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황 총리는 "이제 생전에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길 빈다"며 "손명순 여사와 유가족 여러분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조의를 표해준 세계 각국의 지도자와 외교 사절에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은 이날 오후 2시 김동건 전 KBS 아나운서의 개식 선언으로 시작됐다. 귀빈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첫 줄에 자리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도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영결식장에는 불참하고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조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도 차가운 날씨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대신 차남 김홍업 전 의원이 참석했다.
고인의 생전 영상이 상영되면서 추모 분위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특히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고인의 육성이 들리자 여기저기서 흐느끼는 모습이 보였다.
부인인 손명순 여사의 헌화와 분향을 시작으로 장남 은철씨, 차남 현철 씨 등 가족들과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주요 참석자들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바리톤 최현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고인이 평소 좋아하던 '청산에 살리라'를 부르며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이날 오후 1시 50분 경 국회의사당 정문에 도착해 3시 반쯤 국회를 빠져나갔다. 국회를 떠난 운구행렬은 김 전 대통령의 자택인 서울 상도동을 들러 국립현충원 안장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