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15만건까지 줄어도 금리인상 '정당'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긴축을 암시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자들 발언에 패닉을 연출했던 월가가 담대해졌다.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금리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채비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는 한편 투자자들 사이에 비농업 부문 고용이 20만건을 밑돌더라도 연준의 긴축이 터무니 없지 않다는 의견이 번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확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영란은행(BOE)이 초저금리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지만 해외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연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주장은 꼬리를 내리고 있다.
월가 <출처=블룸버그통신> |
눈길을 끄는 것은 고용 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관대해 졌다는 점이다. 신규 고용 월 20만건을 고집하던 투자자들은 수치가 다소 저조해도 금리인상을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밀러타박 증권의 앤서니 카리다키스 전략가는 “앞으로 6~12개월 사이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5만건 내외로 수렴할 것”이라며 “10월 일자리 창출이 20만건에 못 미치더라도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8만4000건 증가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2분기 월 평균치인 23만1000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외환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더 이상 후퇴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연준의 금리인상에 정당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긴축의 걸림돌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두드러지는 곳은 채권시장이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지극히 미약하고, 노동 참여율과 임금 상승률 등 미시적인 고용 지표가 여전히 강한 회복을 보이지 않는 데다 중국의 경기 둔화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경고가 번지고 있지만 연준이 금리인상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정황은 국채 수익률부터 채권 펀드매니저들의 포지션 변경 등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되고 있다.
채권시장이 예상하는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9월 긴축 불발 이후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50% 선을 회복했다. 불과 1주일 전 30% 선에서 가파르게 상승한 셈이다.
채권 트레이더들의 5년물 국채 선물 매도 움직임도 금리인상을 강하게 점치는 상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5년물 국채 선물은 투자자들 사이에 연준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때 가장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는 포지션으로 통한다. 하지만 최근 한 주 사이 자산 운용사들은 이 포지션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 J 오브라이언의 존 브래디 이사는 “실업률이 5% 아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오히려 바짝 긴장하며 연준의 금리인상을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시장도 담대하기는 마찬가지다. 4일 하원 증언을 통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던 뉴욕증시가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낙폭이 지극히 제한적이었고, 패닉 매도 움직임은 엿보이지 않았다.
러스킨 전략가는 “주식시장이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을 감내할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다”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