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성장동력 확보애 매진
[뉴스핌=김선엽 기자] SK텔레콤 분할 보도와 관련해 SK그룹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성장 동력 확보에 매진할 시기에 지배구조 재편에 힘을 쏟을 이유도, 여력도 없다는 입장이다.
올 초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엇비슷한 이야기들이 재생산되고 있지만 ‘루머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SK는 4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SK와 SK텔레콤 분할신설법인(가칭 "SK하이닉스홀딩스")과의 합병 추진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이날 양사의 조회공시 답변은 조회공시가 요구 이후 20여분 만에 올라올 정도로 신속히 이뤄졌다. 불필요한 시장의 오해를 불러 오지 않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일부 매체는 지난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키로 결정하자 후속탄으로 SK텔레콤의 분할을 전망했다.
SK텔레콤을,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하는 SK하이닉스홀딩스(가칭)와 SK텔레콤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다시 SK하이닉스홀딩스를 현재의 지주사인 ㈜SK와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격상된다. 최근 SK그룹의 ‘캐시카우’로 떠오른 SK하이닉스를 ㈜SK가 직접 지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올 초부터 그런 얘기들이 많이 있었고 몇 차례 보도가 됐던 것 같은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가 및 관련 업계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사자 입장에서야 일단 부인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결국 비슷하게 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우선 분할 및 합병이 거론되는 3개사 모두 상장사이기 때문에, 관련 법률과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이 나뉘고 다시 합쳐진다.
따라서 기관 및 소액 주주들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회사명만 달라질 뿐 그 총액이 그대로 유지되므로 주주가치 측면에서만 놓고 보면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역으로 일반 주주 입장에서 특별히 찬성할 이유도 없다. 이미 같은 계열사로 묶여 있는 기업들을 이리 떼고 저리 붙이고 한다고 해서 특별히 시너지를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현행 주가를 이용해 합병비율을 산정하지만, 합병 발표가 있고 나면 늘 누군가는 유·불리를 주장하기 마련이다. ㈜SK와 SK C&C의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이 반대한 것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외국계 헤지펀드가 문제를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현재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은 40.8%로 이들 중 상당수가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다면 분할 및 합병의 성사를 장담하기 힘들다.
또한 SK하이닉스홀딩스를 ㈜SK가 흡수합병하는 경우, 경영권 방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합병으로 ㈜SK의 덩치는 커질 수밖에 없고 그 만큼 최대주주의 지분은 희석된다.
현재 최태원 SK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SK 지분은 총 30.89%인데 앞선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20% 중반으로 떨어진다. 경영권 안정화 차원에서 추가적인 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SK그룹은 이와 같은 재무적 관점과는 별개로, SK텔레콤의 분할 시나리오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최 회장의 복귀와 함께 그룹 차원에서 사업재편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힘을 쏟고 있으며, 무리해서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착수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와 SK C&C의 합병도 3년 간 준비해서 마무리됐다"며 "급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성장에 주력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