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김기사', SK 전자지도 DB 무단 사용 논란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3일 오후 3시 35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스핌=김선엽 기자] 내달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 선정을 앞둔 카카오가 또 다시 악재를 만났다.
지난 5월 626억원에 인수한 록앤올이 소송전에 휘말리면서다. 록앤올이 서비스하는 '국민내비 김기사'가 SK T맵을 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플래닛과 카카오의 해묵은 감정 싸움으로 보면서도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최대주주이자 설립자인 김범수 의장의 미국 카지노 도박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 카카오 컨소시엄은 KT컨소시엄,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제치고 금융권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더 이상 선정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의 운영사인 록앤올 박종환 공동대표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록앤올에서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3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과 록앤올이 T맵 도용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박종환 록앤올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역삼동 록앤올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K T맵을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현재 직접 개발한 지도를 이용해 서비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지도는 정부의 새주소 공공DB와 한국공간정보통신으로부터 구매한 데이터 그리고 우리가 보유한 고객 관련 빅데이터를 이용해 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T맵의 운영사인 SK플래닛은 지난 2일 "김기사를 운영하는 록앤올이 T맵의 지도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무단 사용 기간 발생한 피해금액 5억원도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사'는 2011년 1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SK M&C와 계약을 체결하고 SK T맵을 4년 여 동안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 9월 말을 기점으로 양사의 계약관계는 종결됐다.
'김기사'는 이후 자체 제작한 지도를 이용해 서비스 중이라는 입장인 반면 SK플래닛 측은 김기사 지도에 자사의 DB가 현재도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SK플래닛은 그 근거로 T맵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의 디지털 워터마크가 김기사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지역명이 본래 '황룡/남면'이 맞지만 고의적으로 '황룔/남면'으로 표기해 뒀는데 김기사 앱에 이 표기가 그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SK플래닛은 자사 T맵 전자지도 DB 중 특정 지역에 'V'흠 등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했는데 김기사 지도에서도 3일 현재 같은 부분에서 'V'흠이 발견됐다고 주장한다.<그림=SK플래닛 제공> |
SK플래닛은 록앤올 측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시점에 다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이날 현재에도 김기사 전자지도에서 자사가 삽입한 디지털 워터마크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김기사 측 주장대로, 6월 말로 일괄 삭제했다면 3일 현재 단 하나의 T맵 디지털 워터마크가 발견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 외에 SK플래닛 측이 이날 제시한 또 다른 증거는 지도 상의 'V' 표시다. T맵과 '김기사' 지도의 백령호 부근 경계에 'V'자 모양의 흠이 있는데 여타 다른 지도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SK플래닛이 도용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일부러 삽입했다는 것이다.
'김기사' 박 대표는 "SK플래닛의 오타 주장이 진실이라면 우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지명 등을 대부분 수기로 작업하기 때문에 오타 없는 지도는 세상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타와 달리 V자의 흠은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록앤올을 자회사로 둔 카카오 측은 현재 공식적인 입장 없이 록앤올로 대응을 일원화한 상태다. 하지만 SK플래닛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 양사가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다.
박 대표는 "카카오와 협의했고 많은 조언들을 해줬다"며 "카카오와 5월 인수합병 계약 체결하면서 SK플래닛과 지도를 두고 리스크 있을 수 있다는 부분 충분히 공유했다"고 말했다.
양측의 공방을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 간 카카오와 SK플래닛이 벌여온 갈등을 떠올린다. 지난해 7월에는 카카오가 플래닛과 기프티콘 판매 계약을 중단해 갈등이 빚었다. SK플래닛은 카카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또 카카오가 '카카오 택시'를 기반으로 김기사의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SK플래닛은 '티맵택시'를 출시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12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선정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의 경우 대표 ICT 서비스 전문 기업인 카카오가 주축인데다가 가입자 수나 혁신성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취지와 가장 잘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김 의장의 도박 혐의가 불거지면서 도덕성 측면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김기사'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신생기업의 한계가 부각될 수 있다. SK플래닛의 최근 공세에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들어갔으므로 SK플래닛도 인터파크 컨소시엄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선정을 앞두고 흠집내기 성격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