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 부대변인-김경희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 부단장
[편집자] 이 기사는 11월 3일 오후 1시 33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서비스 ‘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뉴스핌=이영기 기자] 기획재정부에 사상 처음으로 부부 부이사관이 탄생했다. 김경희 세제실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획단 부단장이 지난달 28일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면서 이강호 기재부 부대변인과 함께 부부 부이사관 짝을 맞추었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 7월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역외소득·재산신고 기획단 현판식에서 "5년 뒤면 여성이 기재부 과장직의 3분의 1 을 차지하지 않겠느냐"는 발언을 한 직후라서 김 부단장의 승진은 남편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 부부간의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는 기재부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현판식에서 '앞으로 남편보다 먼저 승진할 것 같은데 시댁 눈치 보이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개가 나오기도 했다.
정작 이들 부부에게는 부이사관 승진 자체가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로 여겨졌다.
기재부의 한 동료 공무원은 "남편이 과장 승진은 동기 중에서 제일 먼저 했지만 부이사관 승진을 부인이 먼저 할 수 있어 이 부대변인이 '집에서 눈치보게 될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다른 성격의 위기(?)도 있었다. 기재부가 세종시로 옮겨오면서 부이사관 부부도 세종시로 이사를 왔다. 그렇지만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기획단 업무상 김 부단장이 서울로 출근을 해야만 했다. 기획단이 서울에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세종시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부부는 주말부부의 위기를 넘겼다.
부부이기에 이런 위기는 또 있었다. 공무원으로서 국외연수나 유학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한 명이 해외유학을 가고 다른 쪽은 국내에 남아야 하는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유학시기를 맞추기 위해 엄청난 공조를 했다고 한다. 비록 경제기획원에서 같이 공무원생활을 시작했지만 유학준비 당시에는 부처가 두개로 쪼개어져 이 부대변인은 기획예산처, 김 부단장은 재정경제부로 소속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부부는 나란히 미국 하바드대학 케네디스쿨로 유학을 다녀왔다.
대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 둘을 둔 이 부부는 자녀교육에서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부부는 미국 유학 이후에도 나란히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김 부단장은 법학 전공(연세대)을 살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수료하고 논문을 준비 중이다. 이 부대변인은 경제학 전공(서울대)이지만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남 통영여고와 광주 인성고를 졸업한 이들 부부는 행정고시 동기(행시37회)로 연수원에서 처음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일종의 사내커플인 셈이다. 김 부단장은 경제기획원 최초 여성 사무관에서 시작해 기재부 첫 여성 서기관, 과장, 부이사관으로 '최초 여성' 타이틀을 붙이고 산다. 세제실에서 소득세제과, 재산세제과를 거쳐 지난해에는 변칙 증여를 막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과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을 마련한 세제 전문가로 통한다.
이 부대변인도 동기 중 과장 승진을 가장 먼저 승진하는 등 업무능력을 진작 인정받았다. 김 부단장이 감당하기 버겁지 않냐는 놀림에도 그저 빙긋 웃으며 "외조가 중요한 시대잖아"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이 부대변인은 요즘 퇴근후 출입기자들과 탁구를 한다. 과천시절엔 마라톤을 즐겼다. 동아마라톤 등에서 9번의 완주 기록을 가지고 있다.
본인의 신상에 대해 별로 말을 하지 않는 이 부대변인도 부부 부이사관으로 화제의 인물이 되고서 딱 한마디는 했다. 부부가 승진하면서 가정형편은 좀 나아졌냐는 질문에 "실제 주머니에 얼마가 들어오는지는 모르지만, 승진하면서 둘이 합쳐 연봉은 1000만원 가량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