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법' 놓고 국회에서 토론회 개최
[뉴스핌=김지유 기자]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도록 '비식별화'해 당사자 동의 없이도 이용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를 비식별화하기 위해서는 식별정보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발의돼 있는 관련 법안에는 정보를 비식별화하기 위해서 당사자 동의 없이도 식별정보에 접근이 가능한지 여부가 담겨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실은 27일 국회에서 '빅데이터 잘 알지도 못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배덕광 의원은 지난달 '빅데이터의 이용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내놓은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법률로 승격하고 산업진흥에 대한 부분을 부가한 것이 골자다. 비식별화된 공개정보 및 이용내역정보는 이용자 동의 없이 조합, 분석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 제3자에게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생성될 경우 이를 파기하도록 해 다시 비식별화하도록 했다. 또 생산된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거나 다시 비식별화하지 않은 자에 대해선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혜주 KT 빅데이터센터 상무는 이 토론회에서 "(현재 발의된 법안은)가이드라인 수준으로, 비식별화 정보를 이용하고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정보의 대다수를 소유하고 있는 카드회사나 통신회사 등 정보처리자 입장에서는 큰 득도 안되는 데다가 (법안 내용 대로는)정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유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식별화는 개인정보가 그 자체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일종의 암호화를 거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서 사용자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고객 정보가 드러날 수 있는 전화번호를 알파벳으로 표기해 정보를 감추는 식이다. 그러나 김혜주 상무에 따르면 이렇게 정보를 비식별화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드러나는 정보(식별된 정보)에 접근이 불가피하다.
김 상무는 "(빅데이터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개인이 다닌 흔적 중 비즈니스 기회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정보가 발생됐을 때에는 '나'라는 (개인을 알 수 있게 하는)꼬리표가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이렇게 (개인을 알 수 있게 하는)꼬리표를 제거하고 비식별화해야 그 다음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꼬리표를 떼어 내는 작업을 할 때 개인의 식별정보에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법안에는 이렇게 정보의 비식별화를 위해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식별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김 상무는 "심지어 방송통신위원회 연구원이 '안된다'고 얘기한 사례도 있었다"며 "정보의 비식별화를 위해서 식별정보를 (당사자의)동의 없이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보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보의 비식별화 방안에 대한 인증제 도입과 함께 정보를 재식별화하는 것에 대한 처벌 강화도 제안했다.
김 상무는 "재식별화의 위험성 및 비식별화 정보 활용 연구릘 위한 정부 차원에서 '빅데이터 테스트 베드 플랫폼(Big data Test Bed Platform)'을 구축해 운영하는 것을 제안한다"며 "여기에서 검증이 통과된 비식별화 방안에 대해서는 인증제도를 도입해 업계 혼란을 방지하고 리스크 감소 효과는 물론 글로벌 인증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재식별화할 목적으로 비식별정보를 악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법안에 담긴 처벌 조항 수준이 낮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익명화'를 요구했다. 비식별화한 정보를 개인이 드러날 수 있는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언제든 식별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개인이 드러날 수 있는 경우 당사자의 동의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식별화 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처리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의 규범을 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비식별화는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해 정보주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포기한다고 전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정보라고 해서 (동의 없이)활용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 처리되면 위헌성 요지가 있다"며 "예를 들어 통신회사가 이용자의 통화내역, 위치정보 등 빅데이터 처리를 해서 공익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철저하게 익명화하면 된다. 외국에서는 익명화해서 처리한다"고 맞섰다,
정부도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의 고민을 드러냈다.
유성완 미래창조과학부 융합신산업과 과장은 "정부 입장에서 보면 빅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고 궁극적으로는 빅데이터가 (미래의)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개인의 사생활도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이용자의)손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성완 과장은 "궁극적으로는 빅데이터 통햇 분석해야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는 그냥 갖고 있으면 별로 의미가 없고 그걸 어떻게 융합해서 활용하느냐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서 "법제화 작업을 통해서 공론화하고 실질적으로 깊게 고민하고 파고들게 되면 중점적으로 겹치는 부부이 있을 것이다. 절충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토론회를 주최한 배덕광 의원도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과 개인정보의 보호가 상생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한다"며 이날 논의된 내용들을 추후 법안심사소위 논의에서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혜주 상무, 장여경 정책활동가, 유성완 과장 이외에도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보라미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차상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