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내부자들’(왼쪽)과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포스터 <사진=㈜쇼박스, NEW> |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주연의 ‘내부자들’부터 정재영, 박보영 주연의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윤계상, 한예리 주연의 ‘극적인 하룻밤’ 등 원작을 재해석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이번엔 웹툰부터 소설, 연극 등 원재료가 다양하다.
가장 먼저 오는 11월19일 개봉을 앞둔 ‘내부자들’은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을 영화화했다. 연예부 신입 기자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은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이혜린 기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극적인 하룻밤’은 극단 연우무대의 동명 연극을 영화로 재해석했다.
사실 충무로에 원작 리메이크 열풍이 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소설의 영화화는 지난 1925년부터 시작해 꾸준히 이어져 왔다. 더욱이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소설, 웹툰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더니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콘텐츠를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크게 손을 쓰지 않아도, 즉 시나리오에 특별한 공을 들이지 않아도 훌륭한 완성품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참신한 스토리를 자랑하는 원작 텍스트를 차용하는 것은 진부한 소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과 독특한 내용을 창조하는 것보다 확실히 손이 덜 가는 작업이다.
당시에는 결과도 그럴듯했다.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콘텐츠가 재탄생되는 거니 관객을 만족시킬 확률이 높았다. 대표적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아내가 결혼했다’(2008), ‘도가니’(2011), ‘완득이’(2011), ‘은교’(2012) 등이 모두 원작을 영화로 재해석해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확률이 높다고 해서 관객을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원작 리메이크에 ‘득’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원작을 잘 그려내지 못하면 오히려 질타는 몇 배가 된다. 실망감에서 오는 흥행 부진이야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활발하게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웹툰의 경우, 원작의 팬이 어마어마해 평가 기준도 유난히 깐깐하다.
동명의 웹툰(왼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패션왕’ <사진=기안84 웹툰 ‘패션왕’ 캡처, NEW> |
그러나 결과는 암담했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은 황당무계한 스토리에 괴로워했고 원작의 팬들은 캐릭터와 스토리 파괴에 분노했다. 당초 원작 팬과 1020 세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이지만, 정작 이들의 평은 “웹툰에서 멈춰야 했다”가 대다수였다.
웹툰은 아니지만, 올 초 개봉한 ‘내 심장을 쏴라’ ‘은밀한 유혹’ 등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정유정 작가의 베스트셀러 ‘내 심장을 쏴라’의 경우 일찌감치 영화 판권이 팔리는 것은 물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상 캐스팅까지 떠도는 기대작이었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마뜩잖았다.
이와 관련, 영화사 한 관계자는 “사실 원작 리메이크가 예전에는 ‘실’보다 ‘득’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원작의 영화화가 흥행을 보장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게다가 관객의 수준이 높아지고 웹툰, 소설 등 원작 팬층이 두텁다 보니 원작을 리메이크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웹툰, 영화의 경우 단순한 스토리를 넘어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 스케일까지 확인한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원작 있는 작품을 쓰는 게 더 어렵기도 하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소재,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인지도와 화제성 때문에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