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조원 투자협정 체결…아시아 이어 유럽 공략 본격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23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영국 맨체스터 방문을 마지막으로 4박5일간의 영국 국빈방문을 마무리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 영국 국빈방문은 10년 만에 처음이다.
영국에선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세손 3대가 모두 나와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의 방문을 환대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공식 정상회담 외에 자신의 별장에 시 주석 내외를 초대해 만찬을 나누고 펍에서 친구처럼 맥주를 마시는 등 극집히 대접했다.
영국의 극진한 환대에 시 주석은 에너지와 부동산,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400억파운드(약 7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투자협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영국 힌클린 포인트 원잔력발전 건설 프로젝트에 60억파운드를 투자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선물 보따리를 건네 받은 영국은 대신 중국 인권문제와 사이버해킹 의혹 등 미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번 방문은 양측 모두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시 주석에 대한 환대가 중국과 서방세계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세계 외교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은 중국에 앞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제국이다. 치열한 미중 패권 경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두 제국의 밀월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영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가장 먼저 결정한 서방 국가이기도 하다.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도 지지하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역외 거래 허브로 영국 런던금융시장을 선택했다. 또한 미일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항마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영국은 시 주석 방문으로 확인된 외교적 스탠스에 대한 거센 도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는 영국을 향해 '아첨의 대표적 사례', '원칙 없이 잇속만 노리는 정책'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중국 재방문을 앞두고 있는 상황은 미국에겐 부담으로, 영국에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과 중국은 메르켈 총리 방중 일정 중 제조업과 사회기반시설 투자,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를 강화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 역시 중국에 대한 경제적 러브콜을 보내는 반면, 인권탄압이나 군비확장 정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영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