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외교 한 획' vs '원론적 수준의 선언으로 외신 주목 기대 이하'
[뉴스핌=김선엽 기자] OECD 세계과학기술장관회의가 이틀에 걸친 회의 끝에 '대전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종료됐다.
이번 과학기술장관회의는 2004년 이후 처음 열린 회의로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10년간의 세계 과학기술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자평했다.
또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또 이번 회의를 통해 그 동안 배제됐던 ASEAN과 신흥경제국 등 비OECD 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다.
다만, 외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한 점, 우리 측이 국가혁신전략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했지만 대전선언문에 직접 인용되지 못한 점, '과학기술에 대한 지속적 투자'라는 원론적인 선언을 반복하는데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 "과학기술혁신이 고용생산성과 경제성장을 증대시켜" 참가자들, 인식 공유
21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어제와 오늘 회의에서 모든 참가자들은 열띤 논의 끝에, 향후 10년간의 세계 과학기술정책의 방향을 담은‘글로벌 디지털시대의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대전선언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21일 오후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과학기술장관회의에서 대전선언문 채택을 선언하고 참석자들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사진=미래창조과학부 제공> |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과학기술혁신이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고용생산성과 경제성장을 증대시키며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란 인식을 반영했다.
또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개방형 과학(오픈 사이언스), 개방형 혁신 및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했음을 확인하고 차세대 생산혁명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어서 고령화,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등 보건 관련 새로운 도전과제의 해결에 있어 과학기술혁신의 기여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장관회의는 과학기술혁신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민·관·연·시민단체 등이 협업해야 하며 기초 및 응용연구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인적자원의 양성, 연구 모니터링과 평가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SEAN 참여 이끌어 내고 18개국과 MOU 체결
이틀에 걸친 장관회의를 포함해 총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린 이번 세계과학정상회의를 통해 미래부는 우리나라의 과학 외교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장관회의에는 60여개 국가와 국제기구로부터 27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는데 최 장관은 의장으로서 이번 회의를 주재했고 특히 OECD과학기술장관회의 최초로 ASEAN 회원국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또 최양희 장관과 이석준 차관이 총 18개국의 과학기술 장차관과 만남을 가지고 협약을 체결했다.
최 장관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학기술의 위상을 올리는 과학외교의 큰 성취를 하는 자리에 이르게 됐다"며 "18개 나라와 일대 일 회담을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외교적 기회였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대전광역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3국 과학기술장관포럼'<사진=김선엽 기자> |
우리나라의 '창조경제'를 해외에 널리 알린 점도 성과로 꼽힌다.
최 장관은 20일 장관회의 중 '국가혁신전략 수립' 분과회의에서 창조경제를 담은 새로운 '공공 R&D 혁신방안'을 소개했고 이에 앞서 19일에는 창조경제 트랙에서 노키아, 프라운호퍼 협회 등 유수의 국내외 기관이 참석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과 창조경제’라는 주제로 열띤 논의를 벌였다.
또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과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알 사우드(Turki bin Saud bin Mohammad Al Saud)가 대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하이테크에 기반한 벤처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정말 좋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10월 20일 대전센터를 찾아 입주업체(씨메스)의 3D스캐너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 제공> |
◆ 원론적 수준의 선언..외신 관심도 미미
이번 세계과학정상회의가 이처럼 우리 과학기술 역사에 굵직한 성과를 남겼지만 한계도 있었다.
200명의 국내외 기자가 사전에 미디어 등록을 마쳤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외신 기자를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관련 보도도 많지 않았다.
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취재를 안 할 뿐 서울에서 취재하고 OECD를 통해서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다"며 "다급한 외교적 현안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적인 흐름 속에서 취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선언문'이 추상적이고 이번 회의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외에 뚜렷한 이슈를 제기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과학기술투자가 미미한 나라가 의외로 많다"며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임을 우리나라는 너무나 당연하게 느끼지만 국가정책이나 아젠다로 갖고 있지 않은 국가도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