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임, "외풍 차단·비은행 육성" 윤종규 회장 뜻 반영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사장직에 김옥찬(사진) SGI서울보증보험 사장을 선임한 것은 김 사장의 비은행 전문성을 흡수, 그룹 비은행 강화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외풍'의 주요 타깃의 하나인 지주 사장 자리를 내부출신 인사로 채워 지배구조 안정화의 실제 첫 단계를 밟은 선택으로 풀이된다.
'친정'으로 돌아온 김옥찬 사장 내정자는 20일 기자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비은행 부문을 총괄하면서 관리하게 될 것 같다"며 "은행 쪽에서 보험, 국제업무, 증권 등 비은행 쪽 업무를 가장 많이 하고 전문적으로 했으니 윤종규 회장이 (복귀를) 요청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국민은행에서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경험을 많이 쌓았다. 국제부 및 싱가포르사무소 경력, 증권운용팀장, 방카슈랑스부장, 재무관리본부장, 재무관리그룹 및 경영관리그룹 부행장을 역임했다.
KB지주 관계자는 "KB손해보험 편입 관련 인수후통합(PMI) 추진, 증권사(대우증권) 인수 추진 등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강화 전략이 한층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증권 인수 추진 등은 윤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KB지주 한 임원은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EO의 권한을 위임받아 지주 내부 운영 총괄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직책을 의미한다"며 "M&A 등은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은행 전문성 외에도 김 사장 선임의 두 번째 키워드는 '내부 출신'인사라는 점이다. 김 사장은 이번에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내·외부 경쟁자들을 뚫고 사장 자리에 복귀했다. 후보군에는 내부출신뿐만 아니라 서치폼(인력알선회사)을 통한 외부 출신들도 있었다.
KB금융 임원은 "사장 후보군에는 전 현직 대표이사, 부행장, 부사장 등의 내부 후보 풀과 서치폼을 통해 추천받은 전현직 CEO나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지배구조위원회에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내부 사람을 선임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윤 회장, 최영휘·최운열·이병남 사외이사, 이홍 은행 부행장으로 구성돼 있다. 윤 회장 뜻이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다. 또한, KB지주 사장 자리는 임영록 전 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외부 '낙하산'이 KB금융에 들어오는 주된 통로 중 하나다. 김 사장의 선임을 윤 회장의 외풍 차단 의지가 실제 관철된 사례라고 읽을 수 있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가 지배구조와 조직 안정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2년 넘게 공석이었던 지주 사장직을 채우면서 아직 행장과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과도기적인 지배구조 체제는 좀 더 이어질 전망이다. 장기 겸임체제 유지의 명분을 얻은 것이다.
KB금융 임원은 "현재 회장이 행장을 겸직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고 KB금융 조직 안정과 위상 회복까지는 겸직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회장의 연임을 먼저 결정하는 등의 지배구조 개선안은 아직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