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 없다는 의미 아니다'
[뉴스핌=이진성 기자] 끝난 줄 알았던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완치된 것으로 봤던 80번 메르스 환자에서 다시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과연 전염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조각난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각난 바이러스는 핵산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PCR)에서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것은 조각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진출처=뉴스핌DB> |
14일 방역당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던 80번 환자한테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다시 검출됐다. 이 환자는 지난 11일 오전 발열 등 증세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에 재입원했다. 다음날 서울대병원과 질병관리본부 유전자 검사에서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의 '조각난 바이러스'라는 표현은 전염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급조한 단어라고 주장했다.
바이러스가 조각나게 되면 외피만 남게되면서 전염력을 상실하는데 이는 전염 가능성이 0%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80번 환자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A 교수는 "조각난 바이러스가 유전자 검사에서 검출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양성 판정이 나왔다는 것은 조각 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개념은 중학교 생물교과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80번 환자를 통해 메르스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실제 80번째 환자가 지난 3일 퇴원 후 접촉해 격리된 의심자만 129명에 달한다. 방역당국이 이들을 격리한 것도 전염 가능성을 염두해둔 조치인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80번 환자의 상태가 전염력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의 전염 경로는 재채기를 통해서 이루어졌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80번 환자는 고열을 호소할 뿐 재채기 등 감기 증상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염력 결정하는 활성 수준은 낮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조각난 바이러스라는 표현은 전문가들이 쓰는 용어가 어렵다보니 쉽게 풀다가 나온 것이다"라면서 "환자의 메르스 증상을 크게 우려할 정도로 보지 않고 있어서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