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밀’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성동일(오른쪽)과 김유정 <사진=산수벤처스㈜·CGV아트하우스> |
영화 ‘비밀’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 ‘베테랑’ ‘암살’ ‘무뢰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작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영화들만큼의 완성도나 재미를 바란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매끄럽지 못한 흐름이 큰 역할(?)을 했다. 스토리의 설정상 수없이 오가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 여기에 영화 중간중간 단서처럼 던져지는, 즉 긴장감을 자아내야 할 장면들 역시 너무 툭툭 튀어나와 맥이 끊긴다.
물론 ‘비밀’ 역시 그 나름의 재미와 특색은 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살인사건을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 혹은 단순 복수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거다. 영화는 살인자와 희생자가 모두 죽고 난 이후 끔찍한 흉터를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는 피해자의 가족과 가해자의 가족 이야기에 집중했다.
박은경, 이동하 감독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적용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죄와 벌, 증오와 용서라는 윤리적 딜레마를 풀어나갔다. 동시에 끔찍한 상처가 남겨진 이들에게서 어떻게 잠식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봤다.
다소 비극적인 이 스토리를 통해 두 감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명확하다. 죄의식, 피해의식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 처음 정현을 품에 안은 상원의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대사는 이후로도 배우들의 입에서 여러차례 나오며 영화의 주제를 강조한다.
영화 ‘비밀’에 출연한 배우 김유정(위)과 손호준 <사진=산수벤처스㈜·CGV아트하우스> |
다만 문제는 피해자의 약혼자를 연기한 손호준이다. 사실 캐릭터 자체가 설득력이 없어서 그의 연기가 문제인지 캐릭터의 문제인지 단정 짓기는 조금 모호하다. 하지만 극 말미 영화의 하이라이트 신이 되어야 할 ‘운명의 심판대’ 장면에서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건 확실히 손호준의 탓이다.
덧붙이자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김유정의 아역을 보는 거다. 김유정이 연기한 이정현의 어린 시절이 극 초반 30분 정도 나오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눈을 뗄 수가 없다. 김유정의 눈을 똑 닮은 아역 최유리는 김유정과 완벽한 싱크로율로 관객을 놀라게 하고 특유의 깜찍함으로 객석을 미소 짓게 한다. 오는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