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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태 회장, 청년희망펀드 유치 '올인'..이유는

기사입력 : 2015년10월01일 17:52

최종수정 : 2015년10월01일 17:52

KEB하나은행 내부결속 강화, 일자리 소중함 깨닫길 원해

[뉴스핌=한기진 기자]  지난달 21일 KEB하나은행 본점 영업직원이 청년희망펀드 가입서류를 들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가입서류에 서명했고 1호 가입자가 됐다.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이 소식을 전했다. KEB하나은행에서 가입했다는 뉴스도 뒤따랐다. 대통령이 가입한 은행이라는 후광도 얻었다.

크게 고무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튿날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박세리 골퍼 등 유명인사를 초청해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청년희망펀드 가입행사를 열었다. 이런 행사는 은행권 가운데 유일하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9월 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KEB하나은행 출범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일각에서는 어렵게 금융당국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승인을 받아낸 김 회장이 정부에 화답하려는 제스처로 봤다. 청년희망펀드는 박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만든 상품이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은 “정부의 공익신탁 수탁업무는 유일하게 KEB하나은행이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 농협, 신한은행 등 타 은행은 청년희망펀드를 계기로 공익신탁 수탁업무 인가를 지난달 22일 받았다.

기세를 살려 KEB하나은행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펀드 가입을 독려했다. 그러나 노조가 “펀드 가입을 강제했다”며 반발했다. 사측은 “통합은행 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칫 김 회장의 의도와 달리 청년희망펀드가 내홍을 야기할  뻔했다.

김 회장이 청년희망펀드에 애착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이 KEB하나은행으로 화학적 통합을 하길 원해서다.  또 일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길 원했다.

여기에는 그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됐다. 지난 2002년 11월 서울은행과 하나은행 통합 당시, 서울은행 직원들은 5일동안 실시된 희망퇴직과 피합병 은행이라는 이유로 자신감이 매우 떨어진 상황이었다.

직원들의 기를 살릴 방안을 찾던 김 회장(당시 부행장)은 사회봉사단체와 자매결연을 적극 맺고, 사내 봉사활동을 활성화시켰다. 김 회장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직원들의 현 직장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고 덩달아 자신감도 회복했다”고 했다.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통해 일자리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현실을 보면서, 직원들이 직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KEB하나은행으로 뭉치기를 원했던 것이다.

김 회장의 이 같은 감성경영은 2011년 하나은행장 시절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직원들 가운데 은행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일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일에 집중하지 못하자, 가치 있게 일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책 한권씩을 나눠줬다. 교세라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며 일본에서는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지은 책으로, 제목이 '왜 일하는가’였다.

은행권에서는 김 회장의 의도가 상당부분 실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KEB하나은행은 청년희망펀드를 가장 많이 예치한 것으로 알려지며, 은행 이미지가 향상됐다.  1일 현재 은행권 전체 청년펀드 가입자수는 5만1000여명이고 전체 신탁재산은 약 20억원이다. 개별 은행 수치는 과당경쟁을 우려해 공개되지 않는다. 또 8000여명의 직원들이 KEB하나은행 소속으로 가입, 결속력을 높였다는 평가다. 노조의 반발은 하루 이틀 만에 정리됐다. 김 회장의 전략이 통했다는 방증이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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